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by 배지영

나는 우리 동네 곳곳의 매화나무를 알고 있다.


강썬님이 코로나 걸려서 격리할 때였다. 며칠 만에 나도 따라서 열이 올랐다. 격리를 예감한 나는 동네 매화나무들에게 두루두루 인사하고 수송동 보건소로 갔다. 재난영화에서 본 것처럼 사람들은 차를 버려두듯 길에 세워놓고 보건소 공터 쪽으로 모여들었다. 구불구불하게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 키 작은 매화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제부터 동네 매화나무들을 살피고 있다. 양지 녘 매화들은 개화를 서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꽃망울, 귀엽다.’ 사진으로 찍어서 글쓰기 단체방에 자랑했다.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4년 전 5년 전에 찍은 매화꽃을 찾느라 한참 동안 스마트폰 갤러리를 훑어보았다. 몇 장밖에 없어서 올해는 착실하게 기록해서 소중하게 모아두자고 결심했는데.


대설주의보.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겨울이 봄의 멱살을 움켜잡고 의기양양하게 굴고 있다. 거실 창으로는 큼지막한 눈송이가 보였다. 매화는 원래 추위에 강하니까 뭐. 오전에 할 일 다하고 매화 보러 갔다. 우산으로 떨어지는 눈 소리가 사그락사그락 기분 좋았다. 그러나 발밑의 눈은 수분량이 많아서인지 달랐다. 뽀득뽀득하지 않고 질척였다.

매화나무 발치는 녹으면서도 쌓이려고 애쓴 눈 덕분에 하얬다. 매화나무 가지에 내린 눈은 빗물처럼 변해서 스몄다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매화 꽃망울은 어제보다 더 부풀어 보였다. 시골에서 뛰어놀며 자라서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나처럼, 매화나무는 대설주의보에 끄떡하지 않았다. ‘매화만의 시간’을 고수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올해도 동네 매화꽃이 피고 지는 걸 볼 거다. 군락을 이루지 않고 한두 그루씩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매화. 좋아하니까 보고 싶다. 좋아하면 잘 보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2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한길문고에서 강연합니다.

공부보다는 식구들 저녁밥 짓는 게 좋아서 야자 째고 밥상을 차린 소년의 이야기.

마흔 넘어 첫 책을 펴내고 그 뒤로도 무언가를 계속 쓰는 사람의 이야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하고, 좋아하는 걸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새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드라마 <미생>에 나온 말로 마무리합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한길문고_군산시민의문화살롱

#소년의레시피

#쓰는사람이되고싶다면

#좋아하는일을하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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