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월명공원
월명공원은 동네 뒷산일 뿐이었다. 개항을 하고 나서 공원이 되었다. 그때부터 일본 사람들이 들어와서 군산 땅의 주인 노릇을 했다. 월명공원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내고 벚나무를 심었다. 일본 왕이 다스리는 모든 땅에는 반드시 벚꽃이 피길 바라서 한 행동이었다. 벚꽃의 수명은 약 60여 년, 지금 벚나무는 ‘왜놈들’이 심은 나무가 아니다.
월명공원에 벚꽃이 피면, 김제 쪽에 사는 일본 사람들까지 군산으로 왔다. 따가닥 따가닥 소리가 나는 게다를 신고서, 춤을 추며 놀았다. 아름다운 공원을 차지한 그들은 정종을 마시고 으스댔다. 조선 사람들은 그 설움을 끝장내고 싶었다. 호남최초로 ‘만세 운동’을 벌인 곳도, 일본 대지주에 맞서 옥구농민항쟁을 일으킨 곳도 군산이다.
공원에는 월명산, 장계산, 점방산, 설림산, 석치산이 있다. 그 중 점방산에는 봉수대가 있다. 고려 말에 왜구들은 몇 백 척의 배를 타고 군산까지 왔다. 백성들을 해치고, 식량을 약탈해갔다. 사람들은 해안 지방끼리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 봉수대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군산 수탈의 역사는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군산의 명물은 월명공원의 벚꽃이야.”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오로지 벚꽃만을 보러 올 때는 흥천사 어귀까지 차를 타고 온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와 심은하가 점심시간에 마주친 곳도 흥천사 앞이다. 거기서 계단을 올라 수시탑까지 가면, 군산까지 흘러와 서해 바다와 합쳐지는 금강이 보인다. 소설가 채만식이 <탁류>에서 슬프다고도 했던, 눈물의 강 '탁류'가 보인다.
월명공원 가는 길은 아주 많다. 78만 평쯤 되는 공원이 척추 뼈처럼 군산 시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 아이들은 보육시설에 다니면서 거의 매주 월명공원에서 숲 놀이를 한다. 공원 안에는 호수를 끼고 걷는 길이 있다. 곳곳에 있는 편백나무 쉼터는 사람들을 주저앉혀서 쉬어가게 한다. 점방산 꼭대기까지 오르면 서해 바다도 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사랑에 빠졌던 곳.”
사진가 김홍희는 말했다. 월명공원도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될 만한 곳이다. 벚꽃 핀 월명공원을 보고 있으면,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내 것은 아니지만, 먼 곳에 사는 친구를 초대해서, 내 것인 양 보여줄 수 있다. 꽃길과 흙길, 산책로와 등산로가 있는 곳. 사람들은 물수제비를 뜨고 놀던 호수가 꽁꽁 얼면 썰매도 탄다. 사계절 내내 활력 있는 곳, 월명공원이 그렇다.
첫 번째 사진과 세 번째 사진은 군산시청에서 제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