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나포 십자들녘
"아까 철새조망대에서 새 봤잖아. 머리가 쬐그맣지? 뇌도 작은 게 당연하겠지? 그러니까 멍청한 사람한테는 '새대가리'라고 하는 거야."
나포 십자들녘, 가창오리가 떼 지어 날기를 기다리던 군중 속에서 들은 말이다. 새들이 들었으면 “억울해, 억울하다고!” 하며 팔짝 뛸지도 모른다. 철새들은 똑똑하다. 사람들이 자신을 해친다는 걸 알고 경계한다. 자동차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와서 사냥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모든 종류의 자동차를 멀리한다.
군산 나포 십자들녘은 특별한 곳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몇 십만 마리만 남은 가창오리가 겨울을 나러 오는 지역이다. 가을이 오면, 가창오리들은 시베리아나 사할린에서 군산까지 날아온다. 경계심이 많은 철새다. 맨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성능 좋은 망원경을 준비해야 한다. 없다면? ‘철새조망대’에 들러서 가창오리의 생김새를 보면 된다.
가창오리는 대가리의 정수리 부분에 푸른빛이 돈다. 깃털에서 기름 같은 게 계속 나와서 물이 스미지 않는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물속에 넣고 있는 다리는 몸보다 체온이 낮다. 그래서 시베리아에서도 추위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먼먼 거리를 자력으로 날 수 있는 건 뼈의 구조 덕분이다. 새의 뼈는 비어있어서 가볍다.
가창오리는 홀로 날지 않는다. 떼 지어 나는 모습은 장엄하다. 주말이면, 몇 백 명의 사진가들이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몰려든다. 오후 3-4시쯤부터 기다리는 게 좋다. 가창오리 떼들은 조금씩 움직이다가 해질녘에 크게 움직인다. 바람이 거세지고, 사람들 몸이 움츠려들 때에 날아오른다. 수십 만 마리가 노을 속에서 날 때는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들린다.
“BBC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세계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
가창오리들은 대열을 벌렸다가 좁히면서도 서로 흩어지지 않고 난다. 부드럽고 자유롭게 난다. 도화지에 철가루를 뿌려놓고 자석으로 조종하는 기분이 들게 날아다닌다. 머리가 나쁜 생명체라면, 연출할 수 없는 장면이다. 이 똑똑한 가창오리들은 시베리아로 떠나야 하는 2월 말쯤에는 서로 결속력을 다진다. 그때 보여주는 가창오리의 군무에는 박력이 넘친다.
군산의 가을과 겨울, 나포 십자들녘의 가창오리들은 날마다 날아오른다. 그 모습은 귀하고 아름답다.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가 공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포 십자들녘의 가창오리 군무에도 그런 정성을 쏟아야 한다. 늘 파헤치며 공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땅. 그대로 놔두는 게 덕을 쌓는 일이다. 사람과 철새가 같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사진은 군산시청에서 제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