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제발

N개의 별 (3)

by 옥돌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특목고를 준비해보기로 했다.

나름 외고에 가겠다고 치열하게 학업에 임했고,

(그때는 학교 공부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거니와)​

면접을 준비한다고 학원 수업도 들었다.

코딱지만한 교실에서 빽빽히 앉아 수업을 들었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그때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

“옥돌, 너는 커서 뭐 할 거니?”

​​

남몰래 품어온 꿈을 입밖으로 내뱉기가 두려웠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네 주제에 그런 꿈을 꾼다고 손가락질하면 어떡하나,

내 꿈을 당당히 말하기도 전에 남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러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아나운서요..”

​​

똑똑히 기억한다.

‘네가 되겠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대충 시선을 거두고 수업 진도를 넘어가셨던.

그 짧은 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뒷목까지 화끈거렸던 그날의 수업만큼은 정말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차선이랍시고,

‘기자’라는 꿈을 다시 건져올렸다.

이야기를 꾸미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들먹이며 분노하고,

기레기라는 신조어에 반하는, 진실된 기사를 쓰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단어 몇 개를 나열해 표현하면 그만이었다.

누가 봐도 잘 쓴 자기소개서였다.

선생님께서는 자기 피드백을 찰떡 같이 알아먹는다며, 나중에 첨삭 알바를 시키겠다고 하셨다.

다른 친구들의 글도 이따금씩 손봐주며

꾸며낸 꿈을 진정성 있게, 똘똘해 보이게 말하는 법을 연습했다.

한 번 빠지면 그때만큼은 깊게 빠지는 성격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어쨌든 외고에 합격했다.



꽤 쫄아있었다.

쬐끄만 동네 중학교를 나와서 외고에 간다니.

대단한 애들이 잔뜩 모여있으면 어떡하지?

난 영어도 막 잘하지 못하는데...

그런데 별거 없더라.

물론 비범한 친구들도 몇몇 있었지만

그들은 소수일 뿐,

새벽 자습실을 밝혀가며

엉덩이를 좀만 오래 붙이고 있으면,

나름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딱 하나 만큼은 내 맘대로 풀리지 않았다.

​​

‘장래희망’

​​

수시 전형을 준비하려면 1학년 때부터 뚝심 있게 한 분야를 밀고 가야 한다는데, 나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역사 탐구 동아리

미디어 영상 동아리

교육 봉사 동아리

일본 문화 교류 동아리

TEDx 강연 동아리..

내 관심사는 내일이면 어디로 튈지 몰랐고,

단 하나의 직업만 적어내야 하는 ‘장래희망’ 칸은 버겁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