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그림을 샀다

종로에서 만난 삶의 예술가

by 옥돌

익숙한 종로3가역 앞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좌판을 펼쳐두고 붓질을 하고 계셨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취미라도 잠깐 붓을 들어봤다고, 고개를 돌리고 좌판대를 바라봤다. 늦은 중년의 작가님께서 손짓하며 말씀하시길



"안 사도 돼. 보고만 가"



그림부터 글씨, 모두 직접 작업하신 작품들이었다. 문구를 알려주면 그 자리에서도 써주신다고. 언제부터 글씨를 쓰셨나요, 전시도 하시나요 - 짧은 물음에 작가님의 설움 받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남들에게는 말하지 말라며 쉬쉬 하신 화려한 이력과 따님분께 물려주신 예술적 감각, 대학원까지 졸업시킨 아버지의 마음. 그 끝에는 아가씨는 절대 예술 하지 말라며, 취미로만 하라는 당부도 덧붙이셨다.


몸이 지쳐있는 하루 끝에 뭐라도 손에 쥐고 싶었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작품을 집어들었다. 이걸로 주세요. 연륜 있는 작가님의 작품인데, 가격을 얼마나 부르실까 솔직히 떨렸다.



“만 오천원인데, 그냥 만원에 가져가.”



이 가격에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작품을 사도 되는 건가?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깊이와 두꺼운 시간이 울컥 묻어있을텐데. 가격을 듣고 너무 죄송해서 두 번째 작품을 요청드렸다. 이 문구로 지금 써주실 수 있을까요?


나에게, 작가님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그 말. 인간은 참 외로운 존재잖아요. 알아달라는 외침에 그 누구의 응답이 없다고 느껴져도 나는 널 응원하고 있어.



항상 응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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