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소한 것에도 신경이 곤두세워질 때가 있다. 사람마다 대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널려 있는 다양한 환경으로 인해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공동주택 층간소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요소이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 다툼을 넘어 살인까지 자행되고 있으니...
지방도시에 아파트 붐이 한창일 때 인생에서 처음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아파트 분양 시험(?)에 낙방을 한 것이다.
그러다 재수(?)를 한 후에 고층아파트 건축 붐이 일면서 25평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었다.
고층아파트가 조그만 도시에 처음 건축된지라 인기도는 대단하였다.
우리 가족은 이제 내 집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아이들은 수세식 화장실이 너무 좋다며 연신 들락거리고, 하루가 멀다고 욕조 가득 물을 받아 텀벙거렸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오는 길, 15층 아파트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여기가 내 집이구나. 저 불빛 새는 무수한 창안에도 나처럼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얼마나 흡족해했던가.
서러운 셋방살이에 비하니 궁궐 같지 않은가?
입주한 지 5개월째 몹시 춥던 첫 번째로 맞은 겨울 어느 날 우리 라인에는 커다란 사건이 터졌다.
1층에서부터 배수관이 막혀 2, 3층 집 베란다로 하수가 넘친다는 것이다. 한나절을 뚫고 하여 수습이 되긴 했지만 처음 겪는 일들이라 놀라기도 하고 계속 이러면 어쩌나 하며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
그 날 저녁 경비실에서 한 방송 내용은 웃지도 울지도 못할 내용이었다.
“ 입주민 여러분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에~ 그 ~ , 어저께 배수관이 얼어서 물난리가 났었습니다.
그 원인은, 에~ 그러니까, 험!
화장실을 사용하실 때 변기에다 여성들 거시기는 넣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막혀서 얼었기 때문에 물난리가 났었습니다.
입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
그러니 거시기는 꼭 따로 처리해 달라는 방송 내용이었다.
이 사건은 근 1년여 동안 동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둘만 모여도 그 얘기고 입에서 입으로 웃음거리 뉴스가 되어 인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보니 그것 말고도 사소한 것에서 발생하는 일화는 짜증보다는 한번 웃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사는 4층의 바로 아랫집에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자주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이 그 시간에 돌아오는 때가 많다 보니 이른 그 시간에 부부싸움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교대근무자이었던 것 같다.
어떨 때는 살림살이도 집어던지며 고함을 지르고 하여 우리 집 아이들이 놀라 울어대니 방음이 제대로 안 되는 아파트의 양옆 이웃과 아랫집 심지어 윗집인 우리 집까지도 싸우는 소리에 깨어 잠을 설치게 되고, 비몽사몽간에 그 집 싸움 광경을 그려보게 되는 요사스러운 상상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젊은 부부의 사랑 다툼이겠거니 하고 이해도 했지만 잦은 다툼은 이웃 여럿 집을 불면의 밤으로 만들어 버렸고 급기야 이웃집들 공론으로 자제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웃들의 그런 자제 요청에 한 동안은 미안해하고 잠잠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집 바깥양반의 주벽까지 고칠 수는 없었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자주 눈두덩이 파래졌고 이웃들에게 미안해하기도 하더니 어느 날 구석에 몰린 그 아주머니 왈 '위층에서는 화장실에서 오줌 눕는 소리까지 들리든 데요 뭐' 하더라는 것이다.
아파트란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욕실에서 물 쓰는 소리와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들리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랫집 새댁이 꼭 꼬집어 얘기함에 아내는 할 말을 잃었고 집으로 돌아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하필이면 위층 집을 거들먹거릴게 뭐 있냐는 것이다. 그저 다른 집이라 표현해도 될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