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격리 일지 20201127 – 하루를 잘 지내는 방법
어제보다는 좀 편한 잠을 잤다. 아마도 음성 판정을 받았기에 그러리라.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지?
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전파하게 되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켜주고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에게 가장 먼저 몹쓸 병을 옮기게 되다니 …
우선 2주간의 격리생활을 위하여 규칙이 필요했다. 그저 집에 있는 것이 아닌 효율적인 집에 있기를 위한 조치이다.
코로나에 더 민감한 아내의 제안으로 활동공간을 분할하고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기로 했다
(활동공간의 분할)
우리 아파트 구조는 현관을 들어서면 오른쪽 구석으로 화장실, 그리고 정면에 작은방, 그 옆에 중간 방, 긴 복도를 지나 오른쪽이 거실, 왼쪽이 주방이고, 거실을 지나면 안방이다.
나는 입구 쪽 화장실과 방 두 개를 쓰고, 아내는 주방과 거실, 안방을 사용한다.
아내가 없을 때나 거실과 안방, 주방을 드나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생활하기로 했다.
TV여 안녕이다.
아내는 활동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내가 사용하는 두 방 이외의 장소에 내가 오는 것을 삼가라고 주문한다.
소독제 병을 만지더라도 반드시 비닐장갑을 끼도록 하고 자고 나면 환기부터 시킨다.
아내의 지나칠 정도의 위생관념은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서로를 위한 것이므로 서로 인내하기로 한다.
(식사)
아내는 음식을 조리하여 내 방 앞에 놓고 간다.
다 먹은 그릇은 냅킨으로 닦고 내 전용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한다.
거실 경계에 가스레인지를 놓고 큰 냄비에 물을 끓일 수 있도록 해놓아 그곳에 설거지 한 그릇을 담가 끓여 놓으면 매 식사 때마다 아내는 소독한 그릇을 가져가 음식을 담아 내 방 앞에 놓는다. 이것이 하루 세끼 식사 해결 방법이다.
증상이 없어 격리 생활만 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먹는 약은 없다.
만약 시일이 경과되어 증상이 나타날까 봐 우려되어 철저한 생활수칙이 필요한 것이다.
(운동)
식사 후 방을 환기시키고 아내는 밖으로 나가 산책하고 나는 방에서 운동을 한다.
집에 있다고 누웠다 TV 보다 하는 시체놀이하다가는 없던 병도 생길 것 같다.
평소에 주 1회 산행을 하고 친구들과 점심을 나누고, 오후에는 헬스장에를 가고 했는데 이제 그런 생활은 꿈같은 얘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뭔가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가지지 않으면 나태해지고 도리어 건강을 해칠 것 같다.
스쿼트 4세트 50번씩, 푸시 압 3세트 25번씩, 윗몸일으키기 3세트 50번씩, 덤벨 운동, 기타 스트레칭 등을 마치면 한 시간 넘게 소요되고, 샤워를 하면 마무리된다.
오전의 일과다.
혼자서 하는 운동은 더 힘든 것 같다.
헬스장에서는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경쟁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내 혼자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드는가 보다.
유튜브에서 운동과 스트레칭하는 방법을 보며 따라 해 보니 혼자 하더라도 잘할 수 있겠다 싶다. 많은 유튜버들이 좋은 영상들을 올려놓아 다행이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해 보기로 한다.
등 쪽의 통증이 있으므로 허리와 등 어깨 스트레칭을 배워보기로 했다.
(시간 보내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책 읽기, 서예 연습 그리고 마땅히 할 게 없다.
인터넷 이곳저곳 뉴스를 뒤지다 코로나니 정치니 하는 뉴스를 접하면 금방 식상하여 그만 두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이 책 저 책을 만지다 외국어 회화나 공부할까 하고 한 두 페이지 읽고 나면 또 마뜩잖아 뭐 할까를 고민한다.
그래도 낮잠은 금물이다. 밤에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하루를 지내는 것이 참 어렵다. 하는 일 없이 …
오늘부터 명상을 해 볼까?
(세탁물, 쓰레기 처리)
세탁물은 내방 한 곳에 별도로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있다. 상황이 끝나면 한꺼번에 세탁을 해야 할 것 같다.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보건소에서 준 노란 봉투에 넣어두고 있다. 14일 경과 후 보건소에서 수거해 간다고 한다.
적어도 일주일은 이렇게 철저한 구분과 위생을 관리하기로 했다.
둘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만약에 아내마저 감염이 된다면 참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 길이라는 것을 서로 알기에 인내하기로 한다.
장모님과 큰처남에게도 안부 전화가 오고, 아들들도 뉴스를 보고 걱정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한다.
아무 일 없다고 했다. 다 끝나고 나면 그때 말하리라고 …
처형한테 전화가 왔다. 처형은 이미 코로나로 입원하여 20여 일간 큰 고통을 치른 경험이 있는 터라 할 말이 많은가 보다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셔주고, 자기 전에 소금물로 가글 하고, 음식 잘 먹으라 신신당부한다.
그리고 음식 맛을 못 느끼거나 냄새를 못 맡으면 즉시 보건소에 연락하여 검사를 받아보란다.
코로나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지만 온 몸이 쑤시고 아프기도 하고, 음식 맛이 쓰게 느껴지기도 하며, 목이 건조하여 목구멍이 아프기도 하단다.
특히 통증이 삼하다며 아이 낳는 것보다 더 아프단다.
감염된 것이 아니니 잘 먹고 잘 지내라며 응원을 해 준다.
동갑인 처형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한다
오늘 하루도 아무런 증상 없이 마무리함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내의 수발에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