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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량 Sep 22. 2023

포트폴리오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개발자로 취직을 준비한다면 포트폴리오는 필수다.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작업의 모음이자 ‘제가 이런 것도 할 줄 압니다’를 보여주는 수단. 그러니 누군가는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하면서 스펙을 쌓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저 수업만 열심히 듣고, 수업 과제만 충실히 한 사람이었으니까. 


대학교 3학년, 그때 나가게 된 인턴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난 포트폴리오에 대해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 인턴을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하지 않았다면 졸업할 때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회사에 지원하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으니까. 개발자가 되고 싶기는 했던 건지.


아무튼 인턴 지원을 위해 급하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몰라서 워드 문서에 글로 줄줄 적었다. 상은 타지 못한 공모전 경험, 중학교에 코딩 교육 봉사활동을 갔던 경험, 수업 시간에 했던 과제…. 스펙이라고 할 만한 경험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적었다. 그리하여 포트폴리오라 부르기엔 많이 허접한 결과물이 나왔고 나는 ‘이것이 내 최선이다’라며 인턴 지원서와 함께 제출했다.


결과가 어떠했냐 하면 지원한 회사에 합격했다. 왜? 나도 참 궁금하다. 그 포트폴리오가 합격에 영향을 줬을 것 같지는 않고 학점이나 면접 시에 보여준 태도 등이 더 점수를 받았을 것 같다. 합격을 해버렸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떨어졌다면 심각성을 깨닫고 포트폴리오를 다듬어보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붙었으니 또다시 포트폴리오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당하고서야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뭐?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졸업도 했으면서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가 없어? 졸업하자마자 취직하는 이른바 ‘칼취직’이 목표였던 나에게 큰 장애물이었다. 어떡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포트폴리오 어떻게 만들어야 해? 발만 동동 구르던 나는 SNS 광고에 홀려 취업 컨설팅 업체에 홀라당 상담 신청을 넣었다.


컨설팅 업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러했다. 이력서, 포트폴리오 제작을 도와주고 입사 지원할 회사 리스트까지 뽑아준다. 그리고 합격할 때까지 관리해 준다. 그 대가로 컨설팅 업체가 골라준 회사에 합격할 경우 연봉의 일부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3600만 원이면 5%인 180만 원을 6개월에 나눠서 지불하는 식이다.


나로서는 포트폴리오 제작만 도와줘도 매우 감사했으므로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연봉의 일부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때는 취직만 할 수 있으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조급함에 눈이 멀어 상담하러 간 자리에서 덜컥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치렀다. 이런 식으로 계약서에 사인하면 안 되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는걸?


컨설팅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돈은 돈값을 한다’였다. 내가 머리 싸매고 끙끙대던 문제가 일주일 만에 해결되었다. 나는 PDF로 된 깔끔한 이력서와 노션으로 작성된 세련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포트폴리오에는 인적 사항과, 자기소개서 링크, 졸업 프로젝트, 인턴 경험 등 나의 모든 정보와 경험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들어갔다. 사실 내용 자체는 내가 워드에 줄글로 쓴 것과 다를 것이 없지만 ‘노션’을 이용해서 웹사이트처럼 표현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지금이야 노션을 많이 쓰고 관련 강의도 많지만 그때는 널리 쓰이지 않을 때였다. 나 역시 노션을 사용할 생각도 못했기에 도움받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컨설팅 업체가 추천해 준 회사에 취직을 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인 사이트에 올려놨는데 면접 제안이 왔다. 포트폴리오가 너무 좋았다나 뭐라나? 그리고 합격해 버렸다. 컨설팅 업체에 이런 경우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면 연봉의 일부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내게 꼭 필요했던 포트폴리오 제작 도움을 받고 연봉 일부를 지불하는 부담은 떠안지 않았으니 잘 된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차 개발자인 나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첫 취직을 하던 그때에 머물러있다. 이제는 포트폴리오를 발전시켜야만 한다. 여전히 나는 취직을 준비하던 시절처럼 ‘어떡하면 좋을까’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세련되어 보였던 포트폴리오가 이제는 줄글로 쓴 것만큼이나 허접해 보인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뜻이겠지. 이제는 또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까. 경험도 더 쌓였는데 이걸 또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연차가 쌓여도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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