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중의 딴짓을 고르라면 고민 없이 글쓰기를 택하겠다. 돈도 꾸준히 들이고 있는 나의 오래된 딴짓. 나는 중학생 때부터 심심하면 글을 쓰곤 했다.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대화 형식으로 적기도 하고. 때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하나 쓴 다음 그 문장에 대한 생각을 이어 적기도 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는 것도 좋아했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특출 나게 잘 쓰지는 않았다. 대회 나가면 가장 낮은 상을 탈 수 있을 정도? 어중간했다는 소리다. 어중간한 재능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른다. 직업으로 삼기에는 부족하고, 아예 포기하기엔 너무 좋아하고. 포기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꿈을 꿨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어.’
그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뭐라도 해보자. 우선 첫 월급으로 글쓰기 온라인 강의를 결제했다. 가격도 꽤 비싸고 강의도 길고 교재 분량도 많았다. 이거 다 들으면 기초는 다진다 싶을 만큼.
출근하기 전 30분씩 시간을 내어 강의를 들었다. 길고 긴 강의를 다 듣자 자신감이 샘솟아서 당장 무언가를 쓰고 싶었다. 막상 마음먹고 노트북 앞에 앉아도 문제가 있었으니. 쓰고는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누가 나한테 소재만 던져주면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방법을 찾다가 나는 오프라인 강의, 워크숍, 프로젝트, 온라인 모임 등 글쓰기 모임을 전전했다. 이 모든 모임에는 당연히 참가비가 있었다. 비용의 부담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글감에 맞춰 글을 쓰는 훈련을 많이 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이제는 내가 정한 주제로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 그래서 책으로 만들고 싶어.’
이런 욕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모임에 들지 않고 혼자서 시도했다. 돈이 들기도 했지만 목적에 딱 맞는 모임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책으로 만드는 건 나중에 고민하고 글이라도 써야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재밌게 쓸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어쩌다 개발자’
여섯 글자짜리 제목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떠오른 말인데 ‘어쩌다’라는 표현이 나와 잘 어울렸다. 소재를 찾은 것에 신이 나서 내친김에 목차도 작성해 보았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야기, 대학 시절 이야기, 인턴 할 때의 이야기, 취직 준비, 입사 후 이야기 등. 나의 짧은 개발자 인생을 목차로 풀어놓고 글을 써 내려갔다. 쓰다 보니 사람들이 왜 SNS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내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 일이구나.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마구 글을 쏟아냈다. 후에는 다행히 나의 목표와 맞는 수업을 찾았다. 나는 계속 글을 썼고 쓰고 있다. 개발자 이야기를.
개발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웃기다. 난 분명 개발과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하고자 딴짓을 찾아다녔고, 글쓰기도 그중 하나였는데. 돌고 돌아 결국 개발자 이야기에 도착했다. 겁이 나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천상 개발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