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발자입니다

by 서초량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면 개발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뒤로는 구구절절한 설명을 삼키고서. 2년 차일지라도 초보인데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되는지. 자신 있게 ‘나는 개발자입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개발자라고 말은 할 수 있었지만 목에 작은 돌 하나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그런데 만약 누가 와서 ‘야, 네가 무슨 개발자야?’라고 한다면.


그건 좀 선 넘네. 내가 어쩌다 개발자가 되긴 했어도 노력을 안 한 건 아닌데. 개발자로서 성과를 보이지 않은 것도 아닌데.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고? 머리채 쥐어뜯으면서 싸운다. 진짜. 목에 걸린 돌이고 자시고 크게 외칠 것이다.


“나는 개발자야! 내가 왜 개발자가 아니야!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그렇다. 자신 없다고, 아직 부족하다고 겸손을 떨었지만 이게 진짜 속마음이다. 나는 내가 개발자라고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고 싶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세상 사람 다 듣게 외치고 싶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고. 자랑스럽기 때문에 이토록 개발자에 목을 매는 것이라고.


그 일로 돈을 번다면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라고 누군가 내게 말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프로다. 개발로 돈을 벌고 있으니까. 내 통장에는 매달 월급이 꼬박꼬박 꽂힌다.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5번. 자리에 앉아 코드와 씨름하면서 얻어낸 값진 전리품이다. 이걸 보고도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고?


아니, 생각하니까 화나네. 누가 실제로 저런 말한 것도 아닌데 상상만으로도 화난다. 학과 이름이 정확히 ‘컴퓨터 공학과’가 아니라서 그렇지 나도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 알고리즘 등의 수업을 다 들었다는 말이다. 당당히 공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고.


대학생 때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인턴도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부딪혀 가며 개발을 배웠다. 그리고 졸업하자마자 취업도 했다. 사수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실무를 배웠다. 이런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고?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이직도 했다. 그곳에서 처음 보는 클라우드 컴퓨팅도 배웠다. 프론트엔드 뿐만 아니라 백엔드 개발도 했다. 게다가 AWS 자격증도 땄다. 점점 할 수 있는 것을 넓혀 왔다.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했다. 내 힘으로, 내 노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시 연봉을 높여 이직했다. 이런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고?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해?


후, 내가 아직 2년 차라 좀 부족할 수는 있어. 하지만 내가 개발자가 아닌 건 아니야. 나는 2년 동안 열심히 해 왔고, 그 성과를 인정받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내가 개발자라서 정말 좋거든? 개발하는 내가 너무 멋있어. 그래서 진짜 잘하고 싶거든.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자랑스러운 개발자니까!


오늘은 큰 소리로 외쳐본다. 나는 개발자입니다. 나는 어엿한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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