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다. 개발자로서 꾸는 꿈. 언젠가 사수가 되는 꿈을 꾼다. 이런 꿈을 꾸는 건 내가 사수님에게 받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개발자가 된 후에 만난 사수는 한 사람뿐이다. 첫 회사는 사수가 없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 만난 N 매니저님. 그분이 나의 첫 사수다.
‘어떤 사수가 좋은 사수다’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딘가에 좋은 사수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쎄,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N 매니저님은 나에게 정말 좋은 사수였다는 것이다.
‘내가 사수가 된다면 N 매니저님처럼 할 수 있을까?’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좋은 사수였다.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음... N 매니저님 앞에서는 긴장하거나 무서워하거나 겁먹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의견을 존중받았다. 2년 차 개발자인 나의 의견을 경력 10년 넘은 시니어 개발자가 존중해 준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었다.
‘이분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해도 괜찮구나. 부정당하거나 비난받지 않는구나.’
나에 대한 자신감과 N 매니저님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물론 내 의견에 모두 적극 찬성해 주셨다는 뜻은 아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초량 매니저가 한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수정하는 게 가독성이 좋고 후에 상황을 모르는 사람을 코드를 봤을 때도 이해하기가 쉬울 거야. 그리고 변수 이름은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짓는 게 더 좋겠지?”
지적에 날이 선 말은 섞여 있지 않았다. 제안하는 듯 부드러운 말투. 나는 지적받는 걸 무서워하는 사람인데도 큰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말을 진짜 믿지는 않았지만. 나를 생각해서 말을 골라주셨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내가 미워서 지적하고 있는 게 아니야.’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내게 믿음을 심어준 고마운 사람. 나는 N 매니저님 덕에 많이 성장했다. 어떤 일을 받아도 ‘일단 해 보자’는 자신감을 얻었고, 모르거나 막히는 부분은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모든 일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고.
N 매니저님과는 사이가 많이 가까워졌다. 하루는 내가 나의 개발 경험을 책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2년 차가 이런 책을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 말을 들은 N 매니저님은 말씀하셨다.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나. 초량 매니저도 고생 많이 했잖아.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언어 배우고, 공부도 많이 하고.”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위로받았는지 모른다. 내 노력을 알아주고 계셨구나. 그걸 인정해 주시는구나. 나, 존중받고 있구나.
나는 내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을 텐데. 참 운이 좋았다. N 매니저님을 만날 수 있어서. 그 경험이 너무나 좋았기에. N 매니저님 덕분에 사수가 갖춰야 하는 것은 부사수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라는 걸 배웠다. 나는 출근 마지막 날, N 매니저님께 편지를 썼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N 매니저님 같은 사수가 되고 싶다고. N 매니저님에게 배운 것을 나의 부사수가 될 사람에게도 돌려줘야지. 내가 N 매니저님께 배우며 느꼈던 감정을 나의 부사수도 느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보람찬 개발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