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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초량 Oct 26. 2023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날이 흐리다. 꼭 내 마음 같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앞날이 캄캄해서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무엇이 이리도 불안할까. 어떻게든 취직은 할 텐데. 무엇을 하든 회사는 다닐 텐데.


무엇이 걱정인지 이미 알고 있다. 쫓기듯 아무 회사나 입사하고 나와 맞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대체 재밌는 일이 무어란 말인가.


글쓰기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이걸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러면 즐거울까. 행복할까.


사람의 마음은 어렵다. 개발은 요구사항 정의서라는 정해진 답을 따라 만드는 일인데 글쓰기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종이에 적어놓지도 않은 어떤 답을 내가 찾아내야만 한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지만 무엇이 어떻게 가서 닿을지.


무작정, 끈질기게, 쉴 새 없이 많이 해 보는 게 정답일까. 고3 때 담임선생님이 그랬다. 수학 문제풀이 양이 너무 적다고. 문제를 더 많이 풀라고. 문제를 아주 많이 풀면 알 수 있었을까. 해 보았다면 이런 의문을 품지 않았겠지.


개발자인 내가 쓰는 글. 취미일 뿐이라고. 나는 취미로 남겨두고 싶지 않은데.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글쓰기에 진심인데. 아프다. 취미라는 말이. 부담 갖지 마.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좋아해.


허겁지겁 서투르게 마음을 뱉어놓기만 하는 나.

나의 글은 무엇이 될까.

미안하다. 이런 주인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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