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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아버지

by 시간나무

할머니를 만나고 오신 아버지!


아버지의 어머니를 만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 앞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너무 짧게 남았다는 물리적인 시간 안에,

아련한 슬픈 눈빛을 감추지 못하셨다.


오늘, 아버지의 그 심정을

언젠가, 나도 그대로 마주하게 될 텐데

그때서야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게 될까?


어렵다. 살지 않은 시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힘겹다. 산다는 일이.




2023년 1월 22일(설날)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면서,

할머니 산소(山所)에 다녀오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를 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공경하기로 한 결심이 떠올랐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니었으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스스로 약속을 한 것이었는데

오늘 설날을 맞이하여 언행을 살펴보니 그때 그 결심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굳은 결심인 줄 알았건만, 흔들리고 흔들리다 결국 뿌리를 내리지 못한 그런 가벼운 결심이었나 보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난 자식일까?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일까?

뒤늦은 후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살아왔음에도 어그러뜨리고 있다.

이러다 미어지는 가슴을 치는 날을 만나면 어찌하려고.

안 된다. 그리되면 안 된다.

오늘부터 다시...... 너무 늦기 전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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