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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조카들

by 시간나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여 동안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 등 온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형제자매 간 약속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형제자매가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에

조카들의 성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의 눈높이도 달라졌지만

마음의 크기가 달라진 것이 더 새로웠다.


세상이 험하고 어지러워도

우리의 아이들은 그 힘겨운 세상을 견디어내고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마웠다.


그래!

세상이 멈추어 버릴 것 같은 날에도 우리는 살아냈구나.

이 또한 지나갔구나? 가 아닌

이 또한 채워갔구나! 하는 생각에 그저 감사했다.




2023년 1월 22일(설날)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면서,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던 많은 상황 중에 빼놓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가족조차도 마음껏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형제자매 간에도 스**스에서 드라이브 스루처럼 새해 인사를 나누곤 하였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받기까지 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얼굴만 스치는 정도로 참으로 울적한 인사였다.

그런 가운데 재작년 설날에 3년여 만에 온 가족 얼굴을 마주 대하니 반가움을 넘어 너무너무 큰 기쁨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었다.

같은 날에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쓰라리기도 하였지만, 조카들의 성장한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마치 증명서 발급을 받듯 확연히 체감되어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해 설날은 나와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이 아닌 내가 조카들을 바라봐야 하는 각도가 달라졌다.

이제는 식당을 가도 카페를 가도 우리 어른들뿐만 아니라, 조카들 역시 한 테이블 자리를 차지한다. 몇 해 전만 하여도 옆에 끼고 앉혀 챙겨줘야 했던 조카들이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된 것이다.


우리 형제자매는 또다시 마음을 모은다.

우리 자녀들을 보면서 살아갈 의미를 찾고, 살아갈 힘을 얻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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