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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내리는 눈

by 시간나무

눈이 내릴 때마다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때의 옛일이 떠오른다.




어릴 적 눈을 좋아했던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눈을 기다렸다.


국민학교 6학년 한여름의 어느 날.

동네 어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계신 자리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다가

나도 모르게 '아!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라고 하자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른들 중 한 분께서

"한여름에 눈이 내리면 큰일 나지. 그럼 농사꾼들 농사를 다 망치는데 큰일 날 소리 하는구나?"

하시면서 나를 크게 꾸짖으셨다.


겨울에 태어나 추위도 많이 타고 동상에 걸려 고생도 많이 했지만,

겨울의 불편함과 고생스러움보다도

난 내가 태어난 계절을 좋아했고, 그 겨울의 상징인 눈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그저 내가 좋아한 눈만 기다렸지, 그 눈으로 하여금 일어날 세상의 이치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찌 보면 세상의 이치까지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13살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농부의 마음과 농부의 입장을 가슴에 새기기 시작했다.

절기를 생각하고, 농사에 적절한 날씨를 생각하고. 이러한 생각들을 간절히 기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눈을 가다렸던 나는, 이후 혹시 시도 때도 모르고 눈이 내리면 어쩌나하는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한편, 겨울에 내리는 눈은 거리낌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음에 행복하다.




올해 설날 연휴가 시작되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명절 전에 눈이 내렸으면 고향길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여느 계절과 마찬가지로 겨울 가뭄 역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여름에는 비를, 겨울에는 눈을 내려주는 자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사실 인간의 영역이 아닌 자연의 순리를 인간이 어찌할 수도 없으니까)

이렇게 폭설이 내리면 고향에 오가는 길이 무척 불편할 것이다. 미끄럽고 결빙 위험이 높은 구간이 많을 텐데, 고향에 빨리 가고 싶은 조급한 마음은 가라앉히고.

아무쪼록 감속운행, 차간거리 확보 등으로 고향길 안전하게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절 끝 뉴스에서 고향길 사고 소식이 전해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모든 분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일주일 후, 2월 3일이면 입춘이다.

(보통 2월 4일이 입춘인데, 올해는 하루가 빠르다)

겨울 한가운데 있을 때, 우리는 봄이 보이지 않아 초조해 하지만

봄은 그 차례를 거르지 않고 어김없이,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사진 출처 : Jini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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