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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by 시간나무

아버지와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현충원을 방문하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듯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져 있었다.

흰구름들이 빠르고도 천천히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니, 술래는 파란 하늘이 분명했다.

노란 산수유 꽃봉오리는 봄이 왔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아주 살짝 내밀고 있었다.


일 년 전 (형님의) 청천벽력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부터 부모님께 보채는 마음으로, 하늘에게 조르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그렇기에 오늘처럼 아버지와 어머니를 직접 뵈러 가는 날에는 먹먹함에 하늘만 보게 된다.


저 높고 넓은 하늘에 한 마리 새가 날고 있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다른 새는 보이지 않았다.

외로워 보여도 괜찮았다.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날개는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혼자여도 날다 보면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까.




제발!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이라 할지라도


제발!

어디엔가 있을 터널의 그 끝까지

온 힘으로 지나고 한줄기 빛을 볼 수 있도록


제발!

이 세상에는

고통과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알도록


제발!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소서.


제발!

제발!

제발!

하늘이시여!

그녀를 도와주소서!



(2024년 3월 20일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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