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무렵, 실물을 처음 본 그날이 생각난다.
전 직장의 상무님은 연세에 비해 기술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따라갔다.
(나는 아직 스마트폰을 본 적도 없었는데, 그분은 벌써 능숙하게 사용하고 계셨다)
한 번은 사무실에 방문하셨는데 스마트폰을 내 자리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벨은 울리는데 받는 법을 몰라 당황하며, 상무님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그분의 권유 덕분에 나도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나에게 가장 좋았던 점은 단연 사전 기능이었다.
언제든 궁금한 단어를 검색할 수 있었고, 그 기막힌 편리함에 나는 감탄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지금은 정작 쓰지도 않는, 아니 아예 알지도 못하는 각양각색의 앱들로 가득하다.
멀리하고 싶어도 어느새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현실은 때로는 피로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제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와 스마트폰이라는 무생물 사이가 그 어떤 관계보다도 밀접한 관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스마트폰을 포함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물론 AI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은 무지한 나의 착각일까?
특히..
피싱, 딥페이크, 사이버 사기처럼 AI가 사람을 속이고 해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것은 명백한 기술의 오남용이자 사회적 위협이다.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만든 도구가, 인간 중심의 윤리와 책임이 결여된 채 인간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사용되는 걸 보면, 마치 인간이 AI에게 잡아먹히는 세상이 온 것만 같다.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뢰와 책임'이며, 이를 지탱할 '윤리와 법', 그리고 '시스템'이 꼭 필요한데 이런 것들이 내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먹먹한 마음으로 맞이한 어젯밤,
조용한 목소리로 내가 나에게 제안을 한다.
'7080 소통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자고...
누군가 갑작스럽게 안부를 물을 때, 무작정 믿고 답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요즘...
내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연락병 역할만 하도록 제한해 본다.
내 마음을 전하고 상대의 진심을 듣는 일은,
결국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눈빛을 나누며 해야 한다고 믿는다.
7080! 그때 그 시절처럼.
유선 전화로 약속을 정하고, 정해진 장소로 나가고,
혹여나 상대방이 늦더라도,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었던
여유와 믿음이 살아 있는 삶.
편리함과 흥미로움에 현혹되어 스마트폰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금이야말로
방치되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되돌아보고, 다시금 사람이 중심이 되는 소통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AI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AI 상대법을 위한 한 가지 대안이다.
(사진 출처 : Jini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