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 바다

by 시간나무

혼란스러움이 피를 솟구치게 한다.

나는 바다를 찾아간다.


바다는 조용히 나에게 눈짓한다.

“잘 왔어. 아무 생각 말고, 그냥 나를 바라봐.”


나는 그 말에 따라 바다를 바라본다.

그러자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듯

어느새 내 안의 끓던 피가 잔잔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생명의 상징인 피는

생명의 기원인 바다를 만날 때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연결되는구나.


맞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 뱃속의 ‘작은 바다’에서 살았지.

이 세상의 빛을 보기 전부터

우리는 바다와 하나가 되어 생명을 유지하여 왔구나.

아, 그래서였구나!

바다를 볼 때 위로를 받는 것은

나보다 넓고 깊은 바다의 크기 때문이 아니었어.

바다보다 작은 내가 이미 바다의 일부였기 때문이었어.

바다의 위로는

나를 평온히 치유해 주고

나와 바다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고

이 험한 세상에 다시 생명의 의지를 일깨워준다.


강릉에서 만난 바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녀가 말했지.

“사람의 혈장과 바닷물은 비슷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래서 마음이 복잡할 때 바다를 보면 안정이 되는 거야.

그런데 바다를 봐도 고요해지지 않는다면, 그땐 병원에 가봐야 해. “


나는 답했다.

"정말? 다행이다. 난 병원 안 가도 돼!"


(그리고, 생각했다.

감성의 빨강이, 이성의 파랑과의 조화로

신비롭고 창조적인 보라를 만든 것일까? 허허)




인체의 혈장과 바닷물에는 나트륨, 염소,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의 다양한 이온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농도는 다르지만, 구성 비율이 비슷하다고 한다.

심지어, 양수 또한 나트륨, 염소, 칼륨 등 유사한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다니...

분명 들어봤던 이야기다.

그런데 너무 오래전 들었던 이야기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접하고 보니 더없이 신비롭다.

작가의 이전글세 걸음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