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짜내는 '고름'

by 시간나무

토록 힘든 일인 줄은 몰랐어.


가시에 찔린 손가락 끝에 고름이 맺히던 날.
나는 아파 울기만 했어.

눈물은 멈추지 않는데, 엄마는 내 울음에 흔들리지 않으셨어.

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지.
“아프지? 빨리 낫고 싶지? 그럼 그 고름을 짜내야 상처가 아문단다.”


겁이 났지만, 그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었어.

나는 망설임 없이 엄마의 두 손에 상처를 맡겼고,

무서움에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어.

“엄마, 그럼 고름을 짜 주세요. 저는 못 짜겠어요.”


엄마는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내 상처를 눌러 고름을 짜내 주셨지.

찌릿하고 아팠지만 이상하게 시원했어.
배앓이할 때 내 배를 쓰다듬어 주시던 그 손길이 느껴졌어.


엄마의 두 손은 세상의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한 치유의 힘이 있었지.

어린 나에게는 만병통치약 같았어.
그때는, 정말 그랬지.




안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


말에 찔린 마음의 상처는

가시에 찔린 손가락보다 더 깊이 곪을 수 있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렸어.


칼날 같은 말, 싸늘한 표정,

침묵 속 눈빛으로 쏘는 화살은

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찔렀지만,

아무 일 없는 척, 그냥 괜찮은 척,

참고 또 참아왔던 거야.


그러다 오늘,

터질 듯 무겁게 고여 있는 그 무언가에 짓눌렸어.

내가 외면해 온 상처들이 쌓이고 곪아

썩은 누런 감정의 고름이 되어 버린 거야.


그때는 두 눈을 감고, 엄마에게 맡기면 되었는데
지금은 눈을 감아선 안 돼.

엄마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이 상처의 고름은 내 손으로 짜내야 하니까.


나는 겁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나는 어른이니까.

그런데...




말 나는 어른이 된 걸까.


두 눈을 부릅뜨고 고름을 짜내려 하니

어린 시절 그때처럼 덜컥 겁이 났어.

내 두 손 끝에 전해지는 통증보다

그때는 몰랐던 마음 깊은 곳의 욱신거리는 낯선 고통이

나를 머뭇거리게 했어.


아! 엄마는 그날,

내 손가락의 고름만 짜내 주신 것이 아니었구나.

어린 자식의 아픔도, 울음도, 무서움도 함께 짜내 주셨던 거야.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 손의 떨림,

엄마의 마음도 그만큼 쓰라렸던 거였어.


그 따뜻한 손길이 사무치도록 그리워.

사람이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는 이유.

그것은 바로 보이지 않는 사랑, 참사랑 때문일 거야.


하지만 이젠 알아.

이 쓰라림을 또다시 엄마가 느끼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건 내 몫이야.


고름은 아픔의 증거이지만,

동시에 회복을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니까.


겁먹지 말자.

과감히 고름을 짜내자.

아프고 쓰라려도

마음속 욱신거림까지 견뎌내야 비로소 상처는 아물 테니까.


이제, 내 고름은 내 손으로 짜낼 거야.

나를 위해 짜내는 '고름'으로 진짜 어른이 될 거야.


(사진 출처 : Jini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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