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이라 부를 수 있는 책임

by 시간나무

책임의 적정도에 따라

모자라면 무책임이겠지만,

과하다면 단지 책임감이 투철한 것일까?


아니다.

과하다면 오히려

책임감이 아닌 오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투자에도 제자리걸음이고,

나의 부재에도 제대로는 아니어도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이로써,

온 열정을 쏟는 것에

나는 책임이라 말하지만,

세상은 그것을 오만이라 부를 수 있겠다는.


아!

이런 세상의 이치를

어떻게 말해야 하나?


결국,

나의 어리석음 탓이라 해야 할까.




2023년 1월 17일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면서,


건강에 좋지 않은 신호가 왔음에도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았던

나 자신의 태도를 질책하며 남겼던 글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다시 나를 되돌아본다.


어제와 오늘, 이틀 간의 출장으로 내 책상엔 내가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사건도, 사고도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전화 한 통조차 걸려오지 않았다.


그래, 다행이다.

그래, 잘 돌아가고 있구나.

정말, 다행이다.


(어쩌면,

세상이 말하는 책임과 내가 말하는 책임은

처음부터 달랐는지도 모른다)




명패에 새겨진 내 이름을

나는 책임이라 읽는다.


내 PC의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양손이

늘 책임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제는,

키보드에서 한 손을 떼보고,

또다시 다른 한 손도 떼보는 용기 또한

책임의 이름을 가질 수는 없는 걸까?


(정년퇴임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얼마 전부터,

나는 그런 날을 기다려 왔다.

내 키보드에서 양손을 모두 떼어도

괜찮은 날이 오기를.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이...


내 가는 길에,

그 어떤 장애물이 쌓이고 있다.

아...




추신.

아! 다 쓰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업무 협의 차, 타 부서와 통화를 한 번 하긴 했다.

하지만, 우리 부서와의 통화는 아니었으니,

나는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고 싶다. ㅎㅎ


(사진 : 2025.09.24. 출장지에서, 비가 그친 하늘 위로 떠오른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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