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부끄러운 얼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로 살아온 지난 31년을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다했다고 믿었던 '최선'이
불현듯 '오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 천사처럼 내 품에 안긴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무조건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만은
간절하고 단단했습니다.
남편의 직업 특성상,
혼자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많았고
아이들이 아플 때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없이 응급실을 오갔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에 시달릴 때는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소파에 기대어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유아기에는 아이들에게만 온 마음을 쏟았지만
유년기에 접어들면서,
여러 환경의 변화로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학습, 학교생활,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직장에서 무능력해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내 몫의 책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물론 직장 생활 덕분에
경제적으로 책임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살아온 세월이
지금 돌아보니 너무도 마음 아픕니다.
오늘 문득,
이토록 가슴이 찢어지듯 아픈 이유는
내 자존심을 지키느라
아이들의 마음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품고, 아이들을 키우던
그 시간 안에서만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눈빛과 말 한마디, 작은 숨결들.
그러나, 그 시절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대화와 이해,
그리고 아끼지 말아야 했던 칭찬과 응원,
아이들이 느꼈어야 할 안정감까지...
그 모든 것을
엄마와 함께가 아닌
아이들 혼자 견뎌내야 했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정말 미안합니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지만,
그때를 지금 돌아보니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지금의 이 깨달음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오늘 같은 후회는 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놓쳐버린 시간,
아이들이 견뎌야 했던 시간,
그 모든 순간들을
엄마의 이름으로 다시 품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