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부터 시월까지 열 달을 보내고
새끼손가락처럼 가느다란 두 달을 바라보며,
지난 삼백사일의 나를 천천히 되돌아본다.
야심 찬 희망을 품고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으나,
예기치 못한 이 일 저 일에
결심은 흔들리고
그저 ‘버티자’는 생각으로 고개, 고개를 넘는다.
일희일비하는 인생살이는
내 의지와 노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까닭은
강물 위에 아른거리는 달빛처럼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내 마음의 강 위에 비치기 때문이다.
일모도원의 위기는
단지 올해만의 시련이 아니다.
내 인생도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있다.
떠오르는 해가 물들이는 하늘은 아름답고 황홀하지만,
저무는 해가 붉게 물들이는 하늘은
더욱 아름답고 아련하여 내 마음까지 물들인다.
그래서 나는 안다.
끝을 알아차릴 때
비로소
지금의 소중함이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올해의 십일월과 십이월까지 남은 하루하루가,
오늘의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 남은 순간순간이.
기회의 지금으로 찾아와 줄 테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그 어떤,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