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작가 첫 돌 기념

책과 연필을 잡다

by 시간나무

브런치스토리와 연을 잇고,

브런치작가로 첫걸음을 내디딘 지 1년.

365일의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쌓여 첫 돌을 맞이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고백을 하려 합니다.

저는 맏이로 언니가 없는 서러움, 오빠가 없는 아쉬움을 품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언니나 오빠의 조언을 들을 기회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짚어 줄 인생의 선배와 같은 누군가의 존재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브런치작가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처럼 언니나 오빠의 부재로 마음 한편이 허전한 누군가에게 언니가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며 깨닫고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하며 스스로는 복습을 하고, 그 한 사람은 인생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예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아주 작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 바람은 단순했고, 그래서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한 달이 되었을 때,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고찰하는 작가님들과의 비교를 통해 또 하나의 배움터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는 '못난 나와 잘난 너'를 견주어 마음을 다치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못난 내가 잘난 너'를 통해 배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긍정의 비교를 알게 해 준 멋진 세상이었습니다.


百日이 되었을 때는,

제가 나누고 싶었던 바람이 바로 저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제가 예습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높고 푸른 하늘만이 아닌, 먹구름이 드리워져 낮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도 좋아하게 되었고,

까만 하늘에 빛나는 별만이 아닌, 구름 속에 가리어진 달빛과 인사도 나누며 도시의 불빛으로 숨겨진 희미한 별도 찾게 되었습니다.

돋아나는 새순과 무성한 나뭇잎을 품은 나무만이 아닌, 나무와 한 몸을 이루는 그림자와 나무 곁의 풀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꽃에게도 눈길을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그야말로 반전의 나날이었습니다.


저보다 어린 작가님들의 글에서는 섬세한 감수성과 순수한 열정을 읽었고,

연배가 높은 작가님들의 글에서는 절제된 진솔함과 신중한 통찰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글이 제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따뜻한 동행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깊은 공감이나 큰 감동을 전할 만큼 아직 충분하지 않아 모자라다는 것,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마음이 바라는 만큼 자유롭게 걷고 뛰기에는 더 많은 발걸음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의 제약 속에서 더 많은 작가님의 글을 폭넓게 읽지 못한 아쉬움도 늘 함께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만난 여러 작가님의 글을 통해, 제가 품었던 바람이 제 현재의 역량보다 훨씬 크고 거창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그럼에도 변함없이 저를 브런치작가로 맞아 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과 글벗님들 덕분에 첫 돌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첫 돌을 기념하고자

브런치작가로서 '돌잡이'를 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잡았을지 짐작이 되시나요.

.

.

.

.

.

.

.

.

.

.

.

.

예. 맞습니다.

바로, 책과 연필이었습니다.


저의 모자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저는 욕심스럽게 양손에 하나씩 꼭 쥐었습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배우는 일.

그것이 지금의 제가 해야 할 몫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올해의 운영 현황과 내년의 계획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12월.

유난히 길고 길었던 한 해였지만,

되돌아보니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짧고 짧았던 2025년이 되었습니다.


거친 바람에 흔들리어 안간힘을 쓰느라 길게만 느껴졌던 저에게

브런치는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도록 든든히 지탱해 준 힘이었습니다.

브런치 덕분에 한 해를 무사히 잘 살아내고 나서야

그래도 짧게 보낼 수 있는 2025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받은 것이 없어도 (그래도) 감사한데,

받은 것이 많아서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브런치팀에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들과 글벗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신 :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생에서 남자로 살아본 적이 없어 알 수 없지만,

남자들 역시 형이나 누나 같은 존재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요?)

작가의 이전글나의 두 번째 첫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