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맺힌 가슴을 움켜쥐고 고개를 든다.
캄캄한 하늘 아래 길마저 잃어버린 막막한 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요히 숨을 고른다.
그리고, 내 안의 그녀에게 묻는다.
"네 눈에는 길이 보이니?"
그녀가 답한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땐 너무 멀리 보려 하지 마.
지금은 한 걸음, 그저 딱 한 걸음만큼만 바라봐."
그 말에도 나는 흔들리는 눈동자와
음습한 두려움이 온몸을 감싸지만,
지금은 그녀를 믿기로 한다.
"한 걸음을 내딛어야만, 또 다음 걸음이 이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그녀 대신 내가 말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건,
어쩌면 아직 발을 떼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한 걸음을 내딛으면, 길이 보일 수도 있잖아.
그래, 그녀의 말대로 무조건 한 걸음을 내디뎌 보자.'
그 한 걸음을 위해, 무거운 발에 온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