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의 삶에서 '살다'의 삶으로

by 시간나무

이 땅에 태어났으므로, 기꺼이 살아야 한다.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는

내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 단 한 사람,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존재가 간절했다.


지난 세월,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할머니가 계셨다,

세상의 그 어떤 위인보다,

나는 할머니를 내 삶의 등대로 삼았다.


할머니의 얼굴을 겨우 뵐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꿈속뿐.

깨어나면 속절없는 그리움만 차오르지만

나는 할머니가 남기신 삶의 궤적을 따라 걷고 싶었다.


그러다 오늘,

단 1%의 틈도 보이지 않던 견고한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

어제의 기억을 귀감으로 삼아 뒤를 돌아보는 일보다

내게 허락된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는 일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할머니가 하늘의 별이 되신 지

25년 그리고 45일.

오늘 나는

할머니의 그 깊은 자리에 어머니를 품으려 한다.


할머니의 그리움을 뿌리 삼아 오늘을 일궈왔듯,

이제는 어머니의 사랑을 거울삼아 내일을 틔워내려 한다.


그리하여 나는

그리운 이의 뒷모습을 지표로 ‘삼던’ 정적인 삶에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사는’ 동적인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다.




오늘 갑작스레,

'삶'이라는 단어가 분리되어 보였다,

삶 = 살다 + 삼다

(물론 아무런 근거 없이, 오로지 개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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