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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 그 시간에는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

by 시간나무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양력, 음력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그러나, 중년을 넘긴 어른들이라면 양력도 좋고 음력도 좋다고 할 것이다.

부모님께서 생일을 양력으로 알려 주시면 양력으로, 음력으로 알려 주시면 음력으로 맞이하곤 하였다.

나는 아버지께서 처음부터 양력으로 생일을 챙겨주셨기 때문에 다행히 달력 안의 또 다른 작은 달력(음력은 보통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어릴 적부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을 보며 양력, 음력을 따져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은 없었지만,

나는 양력은 양력대로, 음력은 음력대로 좋아했다.


2024년 12월 31일의 물리적인 나이에 2025년 양력 1월 1일에 한 살이 더해졌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음력 1월 1일 설날에도 한 살이 더해진다.

물론 이미 한 살을 먹었기에 한 살을 또 먹는 것은 아니지만, 양력으로 먹는 나이와 음력으로 먹는 나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양력 1월 1일은 몸으로 나이를 먹고, 음력 1월 1일 설날에는 마음으로 나이를 먹는 것 같기 때문에.

설날을 지내야 비로소 온전히 한 살을 먹은 느낌이 든다. 그냥 나는 이렇다.




몇 해 전부터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해질수록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하여 '숨쉬기'는 가장 기초적인 신체 활동이다.

이 당연한 활동 외 일상에서 많이 하는 활동 중 한 가지가 '말하기'인데

'말' 앞에 생각이 많아진다.


<말>의 어학사전적 의미로는

1.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는 음성 기호. 곧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2. 음성 기호로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행위. 또는 그런 결과물

등 11개의 설명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소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소리로 표현하고 전달한다. 반려견의 이름을 부르면 쳐다보고 달려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과 동물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동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아마 동물들의 소리 표현은 단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와 다르게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그렇기에 복잡하다.

완벽하게 소통이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필요시 눈빛으로도 마음을 주고받으며, 몸짓으로도 대화가 가능한 경험을 한다.

그러나, 눈빛보다 더욱 정확하고 몸짓보다 더욱 빠르게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 '말'일 것이다.

(과학자들이 뇌파를 측정한 결과, 사람이 생각 후 말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0.6초라고 한다)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어떤 '말'이냐이다.

'말'이란 행위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착하고 훌륭한 일에는 칭찬을, 잘못을 했을 때는 꾸중도 하며,

비판, 조언, 단소리와 쓴소리, 긍정의 말과 부정의 말, 바른 말과 고운 말, 참말과 거짓말 등

한 사람의 입을 통하여 수많은 다른 표현을 하고 전달할 수 있는 '말'의 종류는 많으며, 그에 따른 말의 힘도 수만 가지이다.


이 가운데 나는 거짓말에 예민하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근거도 없이 꾸며 대는.

무엇보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그 순간, 그 시간에는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때 자기 자신만 부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상대방까지도 부인하는 것에 이르기 때문에

나는 거짓말은 그 어떤 말보다 멀리하려 한다.


내가 보고 느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동안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 또한 크게 내지만,

눈동자는 초점 없이 흔들리며 상대방의 눈과 마주칠까 피하는 것을 본다.

나 역시도 불완전한 인간이고,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거짓말을 한 번 할 때 넘어가고, 두 번도 넘어가면, 세 번째부터는 거리낌 없이 하기가 쉽다.

반복되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그 거짓말은 듣는 사람도 모두 관계가 무너진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나오는 명대사로 알려진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처럼

거짓말이 거짓말인 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실수, 두 번도 실수일 수 있지만.. 세 번은 실수가 아닐 확률이 높다.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가 어렵다.

그때는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글 수밖에 없게 된다.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사진 출처 : 신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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