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괜찮아요?"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닥친 것도 아닌데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의하여
마치 내 발이 땅속에 묻히어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는 식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데 내 발이 땅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저곳으로 가고 싶은데 내 발이 땅속에서 빠지지 않는......
오늘이 그랬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은 누군가 위로의 한 마디로
단단한 땅이 물렁물렁해져 땅속에 묻힌 내 발이 쏙 빠지게 하는 경험이 있다.
뒤를 돌아볼 수 있게, 저곳으로 걸어갈 수 있게도 해준다.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은
역시 설명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이겨낸다.
그래서 그날을 떠올린다.
어떤 사건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마음속이 시끄러워 힘겨웠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했던 탓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기란 쉽지 않았던 상황에 처해 있었다.
큰아이는 (만 네 살이 채 안된) 다섯 살로 어린이집에 가고
작은아이는 (만 한 살이 채 안된) 두 살로 집에 있었던
그 어느 날,
마음의 울적함을 달래지 못하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내 발 밑에 있는 작은아이를 보았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소파까지 기어 오더니
내 발을 잡고 나의 무릎까지 올라와 나를 바라봐 주었다.
입은 오므리고 있는데
크고 동그란 눈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귀에 들리진 않았지만
눈빛으로 말하는 것이 마음으로 전달되어 들렸다.
그것은 바로 위로의 말이었다.
“엄마! 괜찮아요?”라고
작고도 작은 눈망울이 전해준
내 생의 가장 강력한 위로였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오늘 같은 날
무너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도록
그날 그 순간의 그 위로는 한 번이 아닌, 영구적인 위로라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품 안의 자식이 품 밖의 자식이 되어도 품 안의 자식의 자리를 지키고자 맑고 순수한 영혼이 미래를 보았던 것일까?)
이십여 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이 순간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마음의 울림은 내 귓가에 맴돌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