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의 우물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우물!
수돗물이 흔하지 않았던 때에
땅을 파서 지하수를 괴게 하여 만든 우물.
그 우물에서 물을 길어
세수도 하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곤 했었다.
처음 우물이 생기고 난 후
그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저 밑에서 솟아 나오는 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 같이 보였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물을 길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솟아 나오던 물이 점차 줄어들다
어느 날 갑자기
샘물이 멈추어 버린 깊은 우물의 바닥이
동굴처럼 시커멓게 드러나기 시작하면
그 우물에서는 더 이상 물을 긷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도
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용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이 세상에 태어난 첫 번째 그날은 마치
이제 막 땅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올렸기에
끝없이 샘물이 솟아 나올 것만 같이 생각하고
가뭄이나 폭염 등 어떤 상황에 따라
샘물이 마를 수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지 않듯
사람에게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새 생명이 태어났을 때
우리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의
아주 길고 긴 시간이 주어진 듯
끝이 없는 미래만 생각한다.
하지만,
1년, 3년, 8년, 14년, 17년, 20년, 24년......
계속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물 안의 물이 말라가 듯
사람의 시간도 무한에서 유한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내 시간의 우물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았을까?
(2024.04.02.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