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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오가는 이 길

by 시간나무

내가 널 불편해하듯

너도 날 불편해 할 수 있겠구나.


너에 대한 감정이 잿빛으로 변해가듯

나에 대한 감정도 흙빛일 수 있겠구나.


너와의 거리 두기를 헤아리듯

나와의 거리 두기가 정해져 있을 수 있겠구나.


나에 대한 너의 마음에

내 마음 같지 않다며

내 탓은 아니라는 내 안의 소리만 듣고

미련한 우물에 빠져 있었구나.


미련한 우물에 빠져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그 흔한

네 안의 소리를 듣지 못했구나.


이제는

미련한 우물 안에서 나와

우물 밖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제는

하늘을 날고 싶었던 꿈에서 깨어나

내가 딛고 있는 거친 땅을 바라보아야 하는.


나와 너의 오가는 이 길.

아주 탄탄한 신발을 신어야만 걸을 수 있는 험한 이 길을

나의 걸음 폭에 따라 숨을 고르며 걸어야 하는 가파른 이 길 앞에서


설마 하며 잡았던 손은 잠시 놓고

주머니에 넣었던 손도 잠시 꺼내고

그 무엇에도 기대지 말고

스스로 중심을 잡고 걸어가자.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보다 낮은 자세로

바람 사이를 살며시 걸어나가고


바람과 맞닥뜨리면

바람과 맞서지 말고

바람이 지나가도록 잔잔한 미소를 짓자.


(사진 출처 : Jini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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