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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대륙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

대륙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 탐험가 김현국 (매일경제 )

by 김현국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507882?sid=102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란다: 대륙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


김현국 | 탐험가,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 기록자 (The Explorers Club 정회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내수 중심 경제의 한계를 넘고, 한반도를 넘어선 전략 공간을 상상할 때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400km가 아니라, 서울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14,000km를 실질적인 국가 공간으로 설계해야 한다.


나는 지난 30여 년간 유라시아와 인연을 맺으면서 여섯 차례 대륙을 횡단을 마쳤다. 대한민국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14,000km를 모터바이크와 자동차로 달리며 이 길의 실체를 확인해 왔다. 단지 모험이 아닌, 국가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위한 기록이자 실증이었다.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는 유엔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과 유엔 ECE(유럽 경제위원회)의 유럽 E30 고속도로 그리고 시베리아를 지나는 러시아 연방도로로 구성되어 있다.


전 구간 아스팔트로 포장된 이 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가능한 인프라다. 다만, 유일한 단절 구간은 한반도의 남북 600km뿐이다.


한반도의 남과 북이 연결되면 어떤 일이 가능한가?

지금도 동해항이나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시베리아를 관통하면 14,000km 거리의 대륙 물류 루트가 완성된다.

이 루트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21,000km를 이동하는 기존 해상 경로보다 무려 7,000km가 짧다.


이는 단순한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리스크의 경쟁력이다. 수에즈운하는 해적, 분쟁, 지정학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는 연중무휴, 시간 예측이 가능한 고정형 인프라다.


유럽에서 출발한 고부가가치 화물은 시베리아 도로망을 통해 부산으로 들어와 조립, 가공된 후 다시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단지 수출입을 위한 경로 확보가 아니다. 항만, 도로, 철도, 콘텐츠, 물류, 관광, 에너지, 정보통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형성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전략화할 수 있는 상상력이다.


미국은 신실크로드 이니셔티브, 중국은 일대일로, 러시아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대륙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유라시아의 시작점”으로서 제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오는 2026년, 제7차 유라시아 대륙횡단 여정을 기획하고 있다. 제목은 “길은 평화다! 뉴욕에서 파리 그리고 한반도 DMZ. 북동항로”이다.


이 여정은 뉴욕에서 출발해 미국을 횡단하고, 태평양을 건너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에 도달한 후, 북극해 항로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와 남북을 연결해 서울로 복귀하고자 하는 40,000km의 순환 여정이다.


핵심은 ‘길의 연결’이다.

남과 북의 길이 연결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점이자 중심이 된다. 도로와 철도뿐 아니라 에너지와 데이터 흐름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이 연결은 단지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물적 기반이다.


북극해 항로 또한 주목할 만하다.

14,000km 거리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육로와 유사하지만, 수에즈운하 대비 7천 km가 짧아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항로 개방 기간이 늘어나며, 이는 부산, 울산, 동해가 세계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만 북극해 항로는 여전히 쇄빙선이 필요한 계절적 제약이 있다. 반면 시베리아를 지나는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는 1년 365일 사용 가능한 ‘현재로 다가온 미래’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의 이 도로는 경제성, 안정성, 지속성 면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해답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길의 가능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왔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러시아 연방 도로와 유엔 ESCAP와 ECE의 도로망을 기준으로 부산에서 출발해 로테르담에 이르는 14,000km를 기록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문서화했다.


한국인의 일상이 대륙까지 확장될 수 있는 실제 경로를 증명한 셈이다.


남북한 모두 유엔 ESCAP에서 주관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의 회원국이다. 도로 연결은 국제 규범에도 부합하는 논리적 요청이다. 하지만 이 연결은 정치적 결단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께 간곡히 제안드린다. 도로는 안보의 반대가 아니다. 도로는 평화의 시작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400km가 아닌, 서울에서 로테르담까지의 14,000km를 국가의 전략 공간으로 삼아 주시기 바란다.


미국과 러시아가 북극해 항로와 유라시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지금이 기회다. 이 틈을 타 한반도도 북방과의 연결을 구체화하고, 남북 평화의 인프라를 현실화해야 한다.


신유라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대륙의 시작점에서 ‘섬의 사고’를 넘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부가가치의 중심, 물류와 인식의 중심, 평화와 협력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대통령께서 이 길의 문을 여는 데 앞장서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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