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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Nov 10. 2022

창업은 의도치 않은 기회의 연속_펀딩 준비 중

우여곡절 끝에 펀딩까지 오게 된 나의 제품에 관하여.


 한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게으름이 큰 원인이다. 여하튼 2022년 하반기는 꽤나 바쁜 일정 덕에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는데 고맙게도 크고 작은 업무들이 주어졌다. 어찌나 다양한 일들이 나에게로 왔는지 올해 상반기의 나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모습이 어색할 정도이다. 그나마 최근에 쓴 창업 글이 ‘시도는 기회를 만든다’라는 주제였다. 그때도 결과를 떠나 크고 작은 시도들이 기회를 만든다는 내용을 적었는데, 지금의 글도 시도와 기회를 운운할 것 같다. 나의 바쁨은 생각지도 못한 시도에서 비롯되었으니 말이다.


1. 시작, 업체 의뢰 시제품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작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 시기에 나의 창업은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던 상품들을 모두 철수시켰으며, 새로 만든 상품들도 마케팅이 부족해서인지 이목을 크게 끌지 못했다. 업체와의 협업도 흐지부지한 결과를 맺었다. 뭔가 도전을 하고 움직이고 있었으나 작은 성취 하나 얻지 못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업무로 알게 된 대표님이 연락이 오셔서 내 가방 디자인 중 하나를 리디자인하여 어른 상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샘플을 요청하였다. 요청한 디자인은 사실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었으나 가방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어른 가방으로의 시도를 요구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 어떤 일도 하기 싫어 대답만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었다. 그런데 며칠 후 대표님은 일 진행에 대해 물으셨고, 아차 싶은 마음에 이래저래 조금 늦어지고 있지만 샘플은 나올 거라고 거짓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래… 거짓이 안되려면 난 샘플을 만들어야 했다. 원단을 보러 다니고 부자재를 보러 다니고, 공장에 문의를 하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다 하기 싫어 제품을 안 하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난 다시 원단을 보러 다니고, 부자재를 보고, 도면을 그리고, 공장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1차 2차 3차까지 샘플을 진행했던 듯싶다. 하지만 정확한 생산 주문은 오지 않았고, 어찌 된 일인지 그분도 연락이 끊기셨다. 또다시 뭔가 허탈했다. 작은 성취조차 느끼지 못해 힘들어하던 나에게 또다시 흐지부지 결과가 온 것이다. 그래… 그럼 그렇지… 역시 안되는구나. 이런 생각으로 샘플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정리해 두었다. 그래도 제법 잘 나온 샘플들이 못내 아쉬웠지만 자체적으로 비용을 들여 생산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유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자신이 없었다.

제품 원단 및 색상을 고르는 중, 수많은 원단 샘플을 보며 최적의 색과 소재를 선택한다.


2. 그래도 한 번 시도는…

 그렇게 샘플들은 조용히 정리되어 있었다. 세상에 나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샘플을 알고 있던 지인분이 못내 아쉬웠던지 유통을 할 수 있는 업체들을 소개해 주면서 간단히 소개자료를 만들어 보라 하셨다. 7월 여름이었는데 샘플을 만들고 거의 5개월 이상 지나고 난 뒤였다. 온라인 유통사를 만나면 뭔가 뾰족한 방법이 생기려나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소개자료를 만들게 되었는데, 제품 사진이 없어 간단히 셀프 스튜디오를 빌려 제품과 착용샷을 찍게 되었다. 그렇게 자료를 보내고 미팅을 해보았지만 생산자 직접 유통으로 거의 생산가 수준에 판매하는 업체 플랫폼 특성상 우리 제품을 그곳에서 판매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또 판매 의지는 꺾였고, 나는 다시 샘플들을 조용히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3. 그래 또 해보는 거지.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지인이 링크와 함께 카톡을 보냈다. 나에게 맞는 사업인 거 같다며 지원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와디즈 펀딩 시도에 기획과 상세페이지 및 촬영 지원 혹은 광고 지원을 해주는 사업이었다. 펀딩?! 펀딩이라… 펀딩도 너무 어려운데 이걸 꼭 해야 하나? 마음속에 갈등이 생겼다. 지원 사업 내용을 찬찬히 보니 펀딩을 하려고 준비한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나는 그런데 무슨 제품으로 펀딩을 한단 말인가? 준비한 것도 없는데! 그러다 서랍 속에 있던 샘플들이 생각났다. 이 가방을 펀딩 지원을 해봐?! 그러고 보니 서류에 필요한 제품컷도 착용컷도 이미 있는 상태였고, 소개자료도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다. 희한한 기분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다 불발되는 것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다음 기회에 물코를 터주는 듯했다. 그래, 이미 다 있는데 서류를 넣어보지 뭐. 그러면서 아주 가볍게 서류를 작성하여 지원사업을 제출했다. 스스로 디자인과 촬영은 할 수 있으니 중요한 광고비 지원으로 서류를 냈으며, 결과는… 불합격이 되었다!!


제품컷, 최종 상품컷으로 펀딩을 준비중인 상품이다.


4. 그런데 또 기회를?!

 분명히 지원사업에 떨어졌고, 진짜 마음을 접었었다. 불합격이라는 메일을 확인했으며 이 제품은 세상 사람들과 인연이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났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디자인 지원에 업체 몇 개가 포기를 하면서 자리가 났으니 나에게 추가합격으로 펀딩을 진행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추가합격?!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하지만 디자인 지원이라는 점이 나에게 합당한 지 의심스러웠고, 진정 펀딩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내부적으로 회의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을 주었다. 바로 동료에게 소식을 전하니 거침없는 한마디, “당연히 해야죠!”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펀딩을 시작하게 되었고, 완제품 색상 샘플들을 다시 제작하였으며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제품 촬영까지 완료하게 되었다. 디자인 지원은 기대 이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일손을 덜어주어 오히려 펀딩을 진행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컨설팅의 역할도 겸하다 보니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는 딱이다 싶은데 이것이 오히려 추가합격으로 변경된 지원 내용이라는 점이 새삼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11월 현재, 나는 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 사장님과의 상담 테이블


 사실 펀딩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펀딩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여곡절로 여기까지 온 것이 감개무량하다. 설사 펀딩이 실패로 끝날지라도 세상이 재미있는 점은 그 어떤 기회가 올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나의 새 상품들이 사람들과 인연이 있다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치고 각자 주인의 품에 들어가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내심 내어본다. 의도치 않은 시도들이 모여 모여 기회를 만들었고, 나는 또 그 기회 위에서 아슬아슬한 춤을 추고 있다.


모델 촬영 모습, 촬영은 늘 나를 긴장되게 만든다.


ps.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꼭 글을 쓰자는 마음으로 열었건만 어떤 주제를 쓸까.. 고민하던 중에 최근 나의 경험을 적어 보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적어보니 펀딩을 하기까지의 여정이 참 절묘하고도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ps. 펀딩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결과 보고도 차후 글로 남겨보도록 하겠다~!



친구의 도움으로 찍게된 착용샷 (모델 저 아님 주의)


까페에서 자연스럽게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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