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로봇과 인간의 자리에 대한 고민

by 무위

오랜만에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신나게 매장을 갔다. 새로 나온 맛도 많고, 먹고 싶은 맛도 많고,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게 허락된 맛은 딱 2가지. 저 많은 가짓수에서 어떻게 2개만 고를까. 너무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어렵사리 맛을 고른 후 습관처럼 계산대에 가서 원하는 맛을 말하니 주문은 저기 키오스크에서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뒤를 돌아보니 기다란 기계가 2대 서있고,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제 주문도 계산도 키오스크에서 해야 하는구나... 이제 키오스크가 제법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있는 줄 몰랐었다. 너무 오랜만에 왔나 보다. 막상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려니 쉽지 않았다. 방금 맛을 골랐는데도 실제 눈으로 본 건 알겠는데 화면에 떠 있는 이미지는 다시 생소해졌다. 내가 먹고 싶은 게 이게 맞나 싶다. 멤버십 할인도 받아야 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포인트 적립도 해야 하고. 뒤에 사람들은 있고 심장이 콩닥콩닥하다. 힘겹게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먹기 전에 정신이 쏙 빠진다.

아직은 젊은이 측에 속한다 생각되는데도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이 뭔가 아쉽다. 익숙하지 않아 그런 걸까. 사람을 보며 주문을 하고, 여유가 될 때는 어떤 맛이 맛있나요? 물어보며 정보를 얻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주문을 어려워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나도 이러한데 나이 든 분들은 진짜 그렇겠구나 싶다. 심지어 터치 스크린이라 커다란 화면이 그저 이미지인지 눌러야 하는 버튼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의 아이스크림을 기다렸다. 언제 나오나 싶어 일하는 분을 보고 있자니 팔을 부들부들 떨며 아이스크림을 퍼내고 있었다. 어찌나 힘겨워 보이는지 얼어있는 아이스크림을 떠내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몇 시간을 했으니 이제는 힘들 수 있겠구나. 내가 방문한 시간은 저녁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이다.


'차라리 아이스크림 푸는 일은 기계가 해야 되지 않을까.'

'사람과 대면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좋지 않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몇십 년 후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까. 지금의 이 가게의 모습도 더 나아지려면 어때야 할까. 만약 미래의 이상적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이스크림은 기계가 퍼낸다. 아주 정확한 무게로 동글동글고 예쁜 모양으로 어렵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담아낸다. 그리고 손님에게 건넨다. 하지만 매장에는 여전히 점원도 있다. 점원은 그저 손님들과 즐거운 수다를 즐긴다. 좀 더 정확하게는 큐레이터를 해준다. 어떤 맛이 새로운지, 인기가 좋은지, 그 사람에게 맞을 맛을 권해준다. 매장에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살펴서 수정하기도 한다. 주문과 계산은 지금처럼 키오스크에서 하지 않는다.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동으로 음성인식이 되어 주문이 들어가고 카드만 대면 계산이 된다. (카드라는 물건도 없을지 모른다)

아이스크림 가게 상상 03.jpg

작게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공간만을 놓고 상상해 보았다. 지금은 내가 상상한 것과 반대의 상황이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변화하지 않을까?! 힘이 들어가는 단순 노동은 점점 로봇이 대체할 것이고, 사람과의 스킨십이 중요한 파트에는 사람이 직접 온기를 나누고, 창의적인 대응과 생각을 해낸다.


이미 커피를 만드는 로봇팔이 있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많이 보았다. 주문을 하면 로봇팔 하나가 움직여 커피를 만들어 준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로봇팔에 커피 주문을 한다. 그런데 로봇이 만드는 커피가 과연 '멋'이 있을까? (맛이 아닌 멋 말이다) 커피에 낭만이 빠지면 좀 아쉽지 않을까? 계속해서 로봇팔 커피가 사랑을 받을까?


로봇팔 커피.jpg 로봇팔 커피, 2025


여기서 내가 고민하는 점은 분명 기계가, 혹은 로봇들이 인간의 노동을 많이 대체하는 시간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떤 가치를 따지지 않고 효율과 비용만을 고려해서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경우가 잦아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온기가 느껴졌으면 하는 분야와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분야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난 지금 키오스크는 비용절감과 효율이 있지만 온기가 아쉬운 분야이고 커피도 이왕이면 온기가 들어간 쪽을 선호할 것 같다. 대신 아이스크림을 퍼내거나 반복적인 노동들은 차가워도 되지 않을까.


따듯한 커피.jpg 광화문 어느 작은 카페에서, 2025


무턱대고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하려고 하는 시간이 오겠지만 서서히 우리는 사람의 온기를 대체하지 못하는 지점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들은 사람으로 더 가득 찰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기계들이, 로봇들이 우리의 일상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시점에 진정 그들이 어떠한 것을 돕는다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람이 어떠한 자리를 지켜내면 좋을지에 대한 희망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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