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와 함께 살면서 나와 반려인은 우리 집의 모든 공간은 내어주었다. 모든 공간을 호야가 자유롭게 누리라는 것이었으므로, 나와 반려인에게는 나름 큰 결심이었다. 호야가 이불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나는 내 몸을 구석으로 몰고 호야가 누울 공간을 만들어주고, 테이블에 밥과 반찬 그릇을 놓을 때에도 호야가 식탁에 올라오는 것을 감안한 공간을 남겨두었다.
이제 9개월 차인 초보 집사인 나는 내가 호야를 위해 배려하는 게 크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호야가 내 팔에 몸을 뉘이는 모습을 보고 배려는 나만 하고 있는 건 아니구나를 알았다. 나는 평소에 옆으로 누워서 자는 편인데, 호야는 내가 옆으로 누워 잘 준비가 끝나고 움직임이 적어지면, 내 포즈에 맞춰 옆을 보고 누웠다. 예전에는 식빵 굽는 자세를 주로 취했던 호야가, 조금씩 나의 자는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우리는 집사라는 표현을 쓰며 반려묘와 함께 하는 건 인간인 집사의 배려와 희생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고양이 또한 함께 살기 위해 본인 나름의 배려를 하고 있다는 걸 나는 호야와 함께 살며 매 순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이 작은 변화들이 주는 행복이 너무 크다. 4.7킬로의 이 작은 고양이를 키우면서 나는 좀 더 겸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