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끝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중요한 프로젝트 촬영이 끝났다. 속으로 신경을 많이 썼던지 살도 많이 빠지고, 해결해야 할 일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어제 끝이 났는데, 나는 또다시 불안하다. 일은 있어서도 불안하고, 없어서도 불안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안한데, 평온해도 그대로 또 불안하다.
가끔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평소에, 아무런 일이 없을 땐 기분이 어떨까요?"라고 묻고 싶다.
오늘 잠깐 충무로에 갈 일이 있었는데, 충무로에 가는 택시 안에서도 왜 나는 불안한지 곰곰이 생각했다. 불안하게 할 손에 잡히는 일이 없는데, 왜 나는 불안한지...
어떻게든 일은 해결되고, 나는 나이를 먹을 것이고, 현재의 나를 둘러싼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고, 일은 많긴 하지만, 아직까지 부하가 나는 정도는 아닌데 이 불안의 출처가 궁금하다. 특정 고민이 있으면 거기에 매몰되겠지만, 그런 상태도 아니란 말이다.
이럴 땐 깊이 생각하는 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므로, 가장 볕이 잘 드는 커피숍에 와서 가장 볕이 잘 드는(왼쪽 볼이 타들어갈 듯한) 곳에 앉아 내일 영어 과외 준비를 마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쓴다고, 볕이 좋은 곳에 있다고 해서 불안이 끝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생각을 멈춰야 한다. 이럴 땐 많이 걷는 것도 득이 없다.
숨도 깊이 들이쉬고, 내쉰다. 어차피 들어올 불안이면 내가 숨을 내 쉬면서 불안이 나갈 틈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