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연결이다

거래가 연결이 되는 순간

by ㅎㅇ

최근에 리코 GR4 매물을 구하고 있다. GR4는 콤팩트한 사이즈에 높은 스펙으로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갖고 있거나, 갖고 싶어 하는 탓에 출고가 되면 1분도 안 돼 품절되기 일쑤다. 그래서 중고 가격도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GR4를 구매할 수 있는 민첩함이 없기 때문에 중고 매물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곧 봄이 와서 인지(카메라는 겨울에 거래가가 낮아지고, 따뜻해질수록 높아진다) 중고 가격은 예상보다 높았다. 카메라 커뮤니티에 이 제품을 사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어떤 분이 연락 주셨는데, 내가 생각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 희귀한 기종이라 판매자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라이카 M3를 사야 해서 죄송하다고, 더 싸게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필름카메라 얘기를 하자 리코를 살 수 없는 아쉬움보다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커졌다. 그리곤, 거래를 못할 것 같지만 최근에 필름 카메라 생활을 접어 집에 있는 필름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놀랐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나도 이유를 잘 몰랐다. 그냥 반가웠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라이카 M3. 리코 GR4. 필름 카메라. 딱 그 단어만으로 통했다.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유 없이 베풀고 싶었다. 거래가 연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브랜드는 팔리는 게 아니라, 연결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브랜드는 팔리지만, 어떤 브랜드는 연결된다. 팔리는 브랜드는 거래로 끝난다. 하지만 연결되는 브랜드는 거래 이후에도 남는다. 예를 들어, 라이카를 쓰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라이카를 메고 걷다 보면, 같은 카메라를 든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브랜드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신호다. 그 신호를 받은 사람들은 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한다.


연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렇다면, 연결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나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본다.


1단계: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무언가

브랜드는 모두에게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닿는다. 라이카가 그랬고, 파타고니아가 그랬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안다.


2단계: 거래가 연결로 바뀌는 순간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면, 거래는 관계로 바뀐다. GR4를 사는 순간, 나는 판매자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 거래가 끝난 후에도, 나는 그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3단계: 연결 이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파타고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타고니아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 환경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유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연결을 만드는 것

브랜드를 키울 때, 우리는 자꾸만 규모를 본다. 매출, 팔로워, 고객 수. 당연하다. 숫자는 명확하니까.


하지만 연결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언가.

거래가 연결로 바뀌는 순간.

이유 없이 베풀고 싶은 마음.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 연결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규모가 큰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연결이 강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무엇을 키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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