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맥주뮤지엄 + Factory 쇼핑몰 + 니조 수산시장
오타루에서 복귀 후 호텔에서 휴식한다. 합계 나이가 246살이다 보니 간간이 휴식은 필수다. 낮에 오르골 뮤지엄이 오타루시의 최고 핫 스폿이었다면, 삿포로시의 그것은 여기 삿포로 맥주 뮤지엄이 아닌가 싶다. 택시로 이동해서 도착한 뮤지엄에는 비가 오는 날이지만 붐비는 느낌이었다. 택시들이 연신 방문객들을 뱉어내고 있다. 별 표시를 보면 아는 그 유명한 삿포로 맥주. 일본은 일찌감치 받아들인 서구의 문화를 독특한 장인정신으로 재빨리 토착화시켰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가미된 서양 문화는 그들과는 다른 색다른 아웃풋을 만들어냈다. 맥주가 그렇고, 제과제빵, 커피, 자동차 등도 그렇다. 낡은 공장을 리노베이션 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이곳에 오면 3가지 대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다고 한다. 늦게 도착한 우리는 식사자리를 해야 하는 바람에 못했다.
이곳에는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의 요리를 하는 거대한 식당이 있다. 고기를 구워 먹는 곳인데,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먼저 뮤지엄 입구에 레스토랑 리셉션이라고 쓰여 있는 데스크로 가서 식사할 공간을 선택하고 티켓을 받아 해당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약 2-3개의 건물로 나누어져 있는 듯하다. 건물과 층수를 선택하고 그곳으로 이동하면 된다. 음식 메뉴 등은 가서 주문하면 된다. 우리는 제일 큰 건물의 2층 자리를 선택하고 이동한다.
소고기 2, 양고기 1, 모둠 야채를 주문한다.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온다. 브루스타에 달구어진 삐죽삐죽 튀어나온 모양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 구워 먹는다. 우리나라 고깃집과 매우 비슷하다. 맛도 그럭저럭 나쁘진 않지만, 공간이 주는 신선한 혜택을 빼면 우리나라 고깃집이 압승이다.
식사 도중 기본 허기를 채운 상태에서 메뉴판을 다시 보니, 반갑게 김치도 있고 냉면 (Korean style cold noodle)도 있다. 한국문화가 어디 가나 대세다. 잇츠 국뽕 타임.
예전에 고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며 삼성의 체질 개혁을 주도하던 1995년 즈음이다. 베이징에서 사장단 회의를 하며 이런 말을 해서 살짝 곤욕을 치렀다. "우리의 정치인은 4류 수준, 관료행정은 3류 수준, 기업은 2류 수준이다." 4류와 3류 주기도 아까운 정치와 행정이지만 나는 대체로 고 이 회장의 통찰력에 동의한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이렇다. 정치는 5류, 행정은 3류, 기업과 국민은 2류, 문화 예술은 1류 수준이다. 부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문화 예술 스포츠 등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글 쓰다 4류, 3류 인간들이 떠오르니 바로 욕이 나온다. 참자 참아.
Factory 쇼핑몰
삿포로 맥주뮤지엄 근처에 예전 공장 건물을 쇼핑몰로 개조한 곳이 있다. 얼핏 보면 성수동 같기도 하고. 10년 전 우리나라에도 성수동 공장 지대와 시장이 핫플로 등극했었다. 도시의 생태도 이렇게 일련의 패턴과 법칙을 가진다.
내부 중앙 공간은 흡사 파리의 오르쉐 미술관 같다. 그곳은 기차역을 개조한 곳이다. 불금 저녁인데 이리도 한산하다니. 이 도시는 불야성 스즈키노 지역 빼면 8시에 닫고 7시만 넘어가면 한산해진다. 커피와 슈크림 하나로 입가심한다.
스즈끼노
삿포로의 나이트 라이프를 담당하는 곳. 밤이 되면 온갖 네온이 불을 밝히고 근사하게 멋 낸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늦은 밤까지 먹거리, 놀거리 등이 무한 제공되는 야간 스폿이자 최대 번화가이다. 서울의 홍대 앞이나 강남역, 뉴욕의 타임스퀘어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런 지역들이 가지는 생태적 특성을 그대로 가진다. 합계 나이 246세 여행팀에게는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은 아니다. 일본 다이소 한번 들어가 보고, 사진 찍고 후다닥 호텔로 귀가한다.
호텔 근처 지리가 익숙해지고, 호텔이 내방처럼 편안해졌다면, 그것은 여행이 끝나간단 얘기다. 지금이 그렇다. 짐 싸고 마지막 밤 숙면 한다.
니조 수산시장
호텔 체크아웃 후 서너 시간 남는 시간을 근처 시내에서 때우려 한다. 타누키코지로 가서 약간의 잔여 쇼핑을 하고 그곳 동쪽 끝에 있는 수산시장여 들러 점심을 먹고 호텔로 복귀해서 맡겨놓은 짐을 찾아 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타누키코지 쇼핑아케이드 거리가 끝나면 바로 니조시장이다
. 구글에서 카이센동 식당을 찾으면 유난히 밀집된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여기다. 온갖 해산물을 파는 비릿한 시장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식당들이 대다수 성업 중이다. 관광객 티 내며 카이센동은 한번 먹어봐야겠길래 어느 줄 선 식당 2호점을 운 좋게 발견하고 웨이팅 없이 입장했다. 카이센동과 생선구이를 먹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일식집이 훨씬 맛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복귀해서 여행용 가방 픽업하고,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삿포로 거리를 걸어 역으로 이동한다.
공항 돌아갈 때는 굳이 예약석을 구입하지 않았지만 좌석이 있어 편안하게 앉아간다. 이후 귀국 절차는 루틴대로. 아듀 삿포로. 오랜만에 삼 남매와 어머니 호젓한 여행을 마친다.
귀국 기내에서 눈살 찌푸리는 일이 있었다. 기장이 착륙 공지 방송 후 모두 좌석에 착석하고 난 후 일이다. 대각선 앞자리에 앉은 한국 분이 휴대폰을 정신산만 하게 터치하고 있다. Tworld와 카카오톡 앱을 열었다 닫았다 난리가 났다. 나는 비행모드에서는 데이터통신이 안될 텐데… 심심하신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 국내 상공이다 보니 데이터 통신이 가끔 되는 거다. 헐. 그렇게 방송으로 전파간섭이 있을 수 있으니 쓰지 말라했건만. 60대 중반쯤 보이는 "등산복 입은’
한국 아저씨는 마이동풍이다.
이쯤 되면, 등산복장 아저씨, 아줌마들에 대한 편견이 생길 것만 같다. 이번 여행 중 실컷 맞은 국뽕이 아저씨의 경우 없는 행동에 대부분 풍선 바람 빠지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젊은이들이 극혐 할만하다. 저렇게 나이 먹어 가지는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