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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Jul 18. 2024

기분 좋은 바다 여행 - 돌산, 여수

2024년 여름 남도 내륙 종단기 3

스타벅스 돌산

오전 시간은 K의 자유시간. 여수 시내 이마트에 있는 맥도널드 조식을 먹으러 갔으나 10시부터 연단다. 이런 맥도널드도 있다니... 다시 호텔 근처 스타벅스로 이동해 둥지를 틀고, 간단히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한다. 스타벅스 위치와 규모와 시설이 엄청나다. 서울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여유로워진다. 이래서 '서울 촌놈'이라는 말이 농담이 아닌 것 같다. 맥도널드 앞 거리에 벤치가 돌이다. 호남지역에 오니 자연석을 많이 보게 된다.


라마다바이윈덤 여수

위치도 시설도 나쁘지 않은데 가격은 아주 착하다. 바다 뷰가 시원하다. 재방문 의사 100%인 호텔이다. 날씨는 장마철 인증하느라 계속 그레이 하다. 

호텔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여수 앞바다 전경


아와비

우리가 신뢰하는 식당 정보 서적 '블루리본'이 추천하는 전복죽 전문식당 아와비를 중식처로 결정하고 이동한다. 바다 뷰를 보며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아주 후미진 막다른 길 느낌이 나는 어촌 마을을 만난다. 동네로 진입하며 작은 식당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곳에 도착한 후 깜짝 놀랐다. 스머트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버섯집이 근사한 잔디 조경 마당 위에 서 있다. 한눈에 관리가 잘 된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메뉴는 전북죽 하나. "가격이 좀 비싼데?" 싶은 마음이 모두에게 든다. "다른 메뉴는 없나요?" 묻자 서빙하시는 분이 대답하신다. "전복죽 주문하시면 해물 곁들이찬이 나옵니다". 아 여기는 그런 시스템이구나. 전북죽 셋을 주문하고 기다리다 입과 눈이 쩍 벌어지는 일이 생겼다. 곁들임 찬으로 가지고 온 해물 7가지를 차려 주신다. 그 퀄리티가... 와... 아... 대... 박... 딱! 우리가 먹기 좋을 만큼 분량의 해삼, 전복, 소라, 고동, 돌멍게, 멍게, 회를 차려 주신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크고 고퀄리티인 상황. 그 싱싱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정식을 먹으려던 계획이 싹 사라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신선한 해물을 흡입하는 거다. 감동 그 자체. 

해산물에 취해 있노라면, 전복죽이 나온다. 전복 내장이 잘 풀어져 녹색 빛을 띠는 전북 죽은 부드럽고 고소하고 맛있다. 반찬도 두말할 나위 없다. 워낙 외진 곳에 있으니 로컬 분들도 잘 모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추천하는 식당이요.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식당이다. 아와비는 일본어로 전복이다. 식사 중 네이버 사전 찾아보고 알았다. 일알못.

스머프들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식당 건물과 단순 그자체 메뉴 구성
최고의 곁들임 해물과 전복죽


언덕에 바람

아와비 근처 약 5분 이내 거리에 블루리본이 추천하는 카페가 있다. 이름이 '바람의 언덕'이 아니고 '언덕에 바람'이다. 엄청 헷갈린다. 계속 바람의 언덕이라고 헛말을 한다. 언덕 위에 오래된 카페가 있는데 분위기가 아주 좋다. 첫인상이 프랑스 프로방스 여행 때 들렀던 세잔느의 화실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색다르고 이국적이고 인상적인 분위기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요즘 뷰 좋은 곳이면 우후죽순 생기는 새 건물 카페와는 다른 운치가 넘친다.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바다 뷰는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보는 바다는 웅장 하다기보다 겸손한 바다 같은 느낌이 든다. 공간 멋지고, 뷰도 좋고, 커피 맛도 좋고... 조금 전까지 혀가 호강했다면, 지금은 눈이 호강하고 있다. 이 근처로 오게 된다면 아와비 식사와 이곳의 커피 타임은 필수 코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아쿠아플라넷

고즈넉한 바다를 충분히 느끼고 갑자기 동심으로 돌아간다. 여수 엑스포공원에 있는 아쿠아플래닛으로 간다. 얼마 전부터 B가 아쿠아리움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여행 온 김에 소원풀이한다.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지 않아 근처 노상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간다. 이런 큰 시설에 주차시설이 없다니... 말이 되나 싶다.

아쿠아리움 안에서 온갖 물고기와 수생 동물들이 그득하다. 갇혀있는 돌고래가 안쓰럽지만, 저 녀석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큰 바다를 모르니 그리워할 일도 없을 거다. 녀석 DNA 저 깊은 곳에만 그 바다가 있겠지... 이런 시설들을 올 때마다 즐거움과 신비함과 미안함이 섞인다. 이곳의 기억은 사진들로 대신한다.


낭만포차거리

어느 바닷가가 그렇듯이 여수에도 젊은이들의 거리가 있다. 시내 이순신광장 옆 바닷가 거리를 여수 낭만포차거리라고 부른다. 여수에서 '삼합'이라고 부르는 철판 볶음 요리를 테마로 많은 식당들이 도열해 있다. "여수를 먹여 살린 장범준 님이 2번 방문한 집"이라는 재미있는 문구를 붙이고 있는 식당에 사람도 많고 하여 들어간다. 삼합과 해물라면을 주문하고 저녁식사를 한다. 삼합은 삼겹살과 문어, 그리고 각종 해산물과 갓김치를 넣고 볶아 먹는 요리이다. 호남지역의 전통 삼합과는 사뭇 다른 젊은이들이 만들어 낸 마케팅 요리인 듯싶다. 맛은 고기와 야채와 갓김치를 섞어 볶으니 맛없기도 힘들다. 마지막에 볶아 먹는 밥이 하이라이트다. 밥으로 마무리를 해야만 하는 우리는 한국인이다. 아무튼 여수시는 장범준 가수에게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야 한다.


이순신광장

여수는 이순신의 도시다. 나름 '이순신 빠'인 K는 B에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온갖 정보를 쏟아낸다. 이순신 광장에 오면 이순신 장군이 광장과 거북선이 있는 바다 쪽을 늠름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수는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곳이다. 지금의 해군 총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남쪽 바다를 지켜 조선을 구하느라 피 흘리는 장군과 민초들의 모습과 도망 다니며 탁상공론에 아전인수만 하던 선조와 조정 대신들이 겹치며 떠오른다. 600년 전 조선과 2024년 대한민국은 어찌 그리 평행이론인지 모르겠다. 나라를 운영한다는 자들의 수준과 인식이 참담하기 그지없지 않은가. B와 연관된 일련의 의료 사태와 교육부의 행태들을 목도하며 올라 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좋은 리더를 가질 수 있는 운이 따를 것인가. 우리 국민들이 너무 뛰어나 좋은 리더까지 가지는 것은 사치인가. 아... C 욕 나온다. 그 커플의 몰락을 꼭 보고 싶다.

광장에 있는 거북선은 탑승해서 체험할 수 있다. 재현해 놓은 거북선 안에는 마네킨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문 높이도 인형들의 키도 작다. 이 좁은 공간에서 먹고자며 전투를 수행했을 거다. 너무 감정이입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므로 여기서 그만. 하선하자. 숙소 복귀 후 여수의 마지막 밤 시간을 보내자. 내일은 앞에 보이는 섬 남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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