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8 ~ 10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1
2025년 해가 밝자마자 언제부터인가 계획하던 스페인 남쪽지방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늦여름 G와 B와 함께 충동적으로 준비한 덕이다. 마드리드로 가서 그라나다로 이동하는 최초 계획이었으나, 비행기표가 마땅챦아 로마로 들어와서 마드리드로 가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로마-마드리드-그라나다-론다-말라가-세비야-리스본에서 마감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대장정이다.
SONDA Piazza San Pietro
인천에서 로마까지 13시간의 비행과 다빈치공항 입국수속, 그리고 숙소 이동까지 긴 여정을 마치고 녹초가 된다. 그래도 공항 입국 절차가 수월하고 신속해서 체력을 많이 아꼈다. 시차미적응으로 일찍 일어나서 뒤척이다가 누룽지에 물 부어 먹고 힘을 차린 뒤 동네 산책을 나간다. 숙소가 바티칸 근처 주택가에 있어 로마 로컬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어 좋다
동네 아침산책 시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아침식사다. 이태리 사람들은 조식으로 크루아상 같은 빵과 카푸치노를 마신다. 매우 간단하다. 주로 밤 8시쯤 시작하는 거한 저녁식사에 대한 반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출근시간 길거리에는 출근하는 이들, 학교 가는 아이들 등 일상의 모습들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 사는 느낌 참 좋다. 물론 나는 관찰자로 즐기면서 말이다. 동네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와 빵을 먹는다. 적당한 양의 카푸치노와 갓 구운 고소한 빵은 정말 맛있다. 문 닫은 가게들 쇼윈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다
역시 로마는 로마다. 제국을 호령하던 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래되었지만 그 낡음이 자아내는 권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멋진 도시다. 여기는 차들이 좁은 길에서 엄청 빠르게 달린다. 눈 크게 뜨고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태리가면 버스기사도 현빈이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정말 지나는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모두 잘 생겼다. 진짜 다들 현빈인가 싶다.
TRASTEVERE
서울의 성수동 같이 최근에 뜬 지역으로 가본다. 이것저것 소소하게 둘러볼 것이 많다. 또 이곳에 있는 성당에서 매 15분마다 종을 치는데 오랜만에 듣는 종소리가 정겹다. 간간이 보이는 소품샵이 눈을 잡아 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리 디자인을 잘하는 거야!
Tonnarello
무려 구글 평점 4.8에 빛나는 레스토랑이다. 11시 30분에 오픈하는데 열자마자 실내외 많은 좌석이 만석이 된다. 인기 식당이 맞나 보다. 맛은 우리나라 맛집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곳이 압도적인 것은 바로 옆 성당에서 매 15분마다 쳐주는 청아한 종소리와 눈에 꽉 차는 거리의 분위기를 함께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사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 음식은 혀로 먹는 것이 아니다. 오감으로 하는 경험이다.
바티칸과 시스티나성당
오래전 로마여행에서 웬만한 유명지는 모두 다녔다. 그래서 이번 로마 방문에 관광요구는 없다. 그래도 또 우리를 부른 곳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의 천정화다 시스티나 성당을 가기 위해서는 바티칸 뮤지엄을 통과해야만 한다. 강제동선이다. 성당으로 가는 복도의 벽화와 천정화도 혀를 두를 만큼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그 백미는 마지막에 만나는 시스티나성당이다. 채플홀 한가득 사람들이 차 있다. 천정을 보면 미켈란젤로가 인생을 바친 천정화가 있다. 가운데에 있는 천지창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바티칸 미술관에 새로운 콘텐츠들이 많이 정비가 되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티스, 샤갈 등 유명한 미술가들이 만년에 창작한 성화 작품들이 전시된 것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며 놀랐다.
저녁에 트레비분수 쪽 야경 산책을 할 예정이었으나 피곤해도 너무 피곤하여 그냥 숙소에서 휴식한다. 내일은 또 마드리드로 날아가야 한다. 저녁식사도 숙소에서 라면과 햇반으로… 그런데 이게 제일 맛있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전형의 발견
1483년 건축된 시스티나 성당과 뮤지엄 건물을 다니다 보면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곳에서 오늘 우리 일상의 디자인들을 만날 수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와선형 계단도 있고, 요즘 인테리어에 많이 쓰이는 원형 패턴 타일 디자인도 만난다. 우리는 2025년에 살면서 수백 년 전의 공간과 형태를 빌려 쓰고 있다. 모든 디자인의 전형은 역사에 있다.
아름다운 이유
시스티나성당에 들어설 때, 그리고 심지어 로마의 여느 동네 건물에서 조차 느끼는 감정은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가’라는 감각의 전율이다. 왜 이 공간에서 보는 것들은 이리도 눈 부시고 마음을 움직이는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드는 생각은 자연이 제공하는 아름다움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특히 바닥이 주는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대리석 돌들의 색상이 어찌 이리도 멋진가. 표현하지 못할 색이 없다 싶다. 돌들이 가지고 있는 패턴들은 다양하기 끝이 없다. 그것들이 모여 만드는 형태의 조화 또한 끝이 없다. 자연이 창조한 색상과 패턴들이 모여 미의 극치에 다다른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자연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