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5~16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8
환자 두 명을 차에 싣고 말라가를 떠나 론다로 출발한다.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내릴 즈음 조그만 산악 마을 론다에 도착한다. 숙소는 오래되었지만, 첫인상이 정겹고 상업공간이 아니라 누군가 아는 이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벽면은 온통 투우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론다는 투우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거친 산악 정상에 투우장을 짓고 마을이 생겨 난 것 같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 겸 산책을 하러 나간다. B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저녁식사는 금식이다. 노을 지는 산골 마을 론다는 고즈넉하고 웅장하다. 조명으로 치장한 소도시의 야경은 환상적이다. 숙소에서 몇 걸음 걸어 나가면 깎아지른 절벽에 세운 누에보 다리가 있다. 절벽 곳곳에 설치한 조명 덕분에 신비로운 풍경은 그 감흥을 극대화한다.
겨울은 비수기라 가고 싶었던 식당들은 모두 닫았다. 돌아다녀 보아도 갈 곳이 마땅챦다. 누에보 다리 입구에 절벽에 영업 중인 식당이 하나 있다.
Don Miguel Hotel Restaurant
호텔 식당인 듯한데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론다의 대표 음식은 Rabo de Toro라는 소꼬리 찜이다. 대표음식이니 이 메뉴와 달팽이 요리 하나를 주문한다. 구글 평점이 높은 곳은 아닌데 그냥저냥 먹을만하다. 와안 한잔을 곁들여 와인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 맛이 나쁘지는 않다. 가성비 나쁘지 않다.
Hotel Polo Ronda
이 호텔은 게스트 하우스처럼 키친 시설이 있다. 아침 뷔페를 판매하는 카페도 있고 셀프 쿠킹 공간도 있다. 고객에 대한 배려가 감동적이다. 키친 공간도 어느 집에 온 듯 무척 따듯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낡은 가구들이 모여 자아내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환자 둘은 남은 누룽지를 먹어 속을 달랜다.
이 호텔은 유일하게 12시 체크아웃이다. 한 시간 차이인데 오전에 여유시간은 큰 차이가 난다. 12시까지 꽉 채워 휴식하다가 체크아웃한다.
이 호텔에는 또 하나 창의적인 포인트가 하나 있다. 침대 헤드에 그림이 그려 있는데, 이 그림이 객실마다 모두 다르다. 복도 객실 문 앞에 호수 번호와 그림,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함께 액자로 부착되어 있다. 굳이 방마다 다르게 이 지역의 특징을 다양하게 그려 놓은 정성과 호텔의 스토리에 박수를 보낸다. 처음 보는 인상적인 호텔 객실 콘셉트 디자인이다.
해가 중천에 뜬 론다의 거리는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한다. 론다도 역시 바닥에 진심이다. 각양각색 대리석 조각으로 치장한 거리 바닥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론다 문화 정체성의 대표인 투우장이다. 그림엽서에서 보듯 절벽 위에 투우장과 마을이 있다.
그래서인지 론다는 투우에 진심이다. 어딜 가도 무엇을 봐도 투우와 연관된 이미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론다는 거친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야자수 흐드러진 해안도시 말라가가 여성적인 매력을 가진 도시였다면, 론다는 거친 바위와 직각으로 깎아지른 절벽 등 남성적인 멋이 흠뻑 넘치는 곳이다.
가파르게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연결한 누에보 다리는 론다의 최고 절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보는 아찔함은 사진으로 대치하기 힘들다. 다리 하나로 이 도시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말라가에서는 거의 못 본 한국분들을 포함한 아시안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누에보 다리 앞 광장에 노천카페에서 햇살을 듬뿍 받으며 차 한잔 하며 휴식한다. 한국에서는 직사광선을 피하느라 난리 쳤는데, 이곳은 유럽이니 햇볕을 한껏 맞아보자. 난로를 쬐는 듯 따듯하니 좋다.
론다 관광을 마치고 호텔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 세이야로 떠난다. 세비야 가는 길에 절벽 사이 건물로 유명한 세테닐에 들렀다 갈 예정이다. 1박 2일이 짧은 일정이 아쉬운 론다다. 그렇치만 우리는 깊은 인상을 마음에 담고 론다를 떠나야만 한다.
도시가 워낙 작아 도심을 벗어나는데 몇 분 걸리지 않는다. 작지만 힘 있고 매력 있는 도시 론다야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