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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진, 말라가 2

2025. 1. 14~15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여행기 7

by 여기 저기

아침에 물과 빵을 사러 근처 까르푸로 아침 산책을 나간다. 나는 여행 중이지만 이곳은 일상이라 분주한 오전 일상을 맞는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모두 똑같다.

(좌)건물 관리에 진심인 유럽 (우)기이한 모양의 재활용 쓰레기통
(좌)숙소 호텔과 1층 베이커리. (우) 귀엽게 재잘거리며 이동하는 유치원 친구들

숙소에서 간단한 조식 후 오전 나들이를 나가본다. 바로 옆 건물이 성당이다. 동네 성당도 이리 멋지다. 유럽은 유럽이다. 성당 옆에는 초록색 잎이 그려져 있는 친환경 숍 같은 곳이 있다. 다니다 보면, 이런 가게들이 많은데 여기는 대마초 가게다. 대한민국에서는 마약으로 구분해서 엄격히 금지하는 바로 그것이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이곳에서는 군데군데 많이 보인다.

(좌)숙소 옆 성당 (우)대마초 상점

화창한 날씨에 오렌지와 야자수가 햇살에 빛나는 이 풍경이 겨울이라니… 부럽다. 또 부러워.

오렌지 나무 가로수와 빌딩 높이 야자수. 말라가의 대표 인상이다

아기자기 골목을 지나 오후 2시면 닫는다는 재래시장에 간다. 스페인 도심 시장은 이렇게 단층 건물 하나로 있는 경우가 많다. 무슨 시장 입구 벽 스테인드글라스가 이리도 멋지단 말인가. 할 말이 없다.

(좌)말라가 시장 입구 (우)시장 건물
시장 내부 상인들
(좌)시장 후문 (중)스페인 전통 음식 엠파나다 (우)시장 근처 한국 영사관 팻말

시장 길거리 식당에서 오징어 튀김과 새우튀김에 맥주를 마시고 패션거리로 이동한다. Massimo dutti에 기대를 안고 들렀으나 썩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지는 못했다. 세비야나 리스본에 가서 본격적으로 둘러봐야지.

바닷가 도시라 그런지 점심 때가 지나면 오후에 바람이 분다

오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 탓인지, 아까 시장 거리에서 튀김과 찬 맥주를 마신 G가 심하게 체한 듯 상태가 심각하다. 함께 먹은 B도 살짝 콘디숀 다운이다. 비상이다. 오후 모든 일정 취소하고 숙소로 복귀 후 휴식 상태로 전환한다.

말라가 시내 광장 오후 풍경들

일행이 아픈 관계로 저녁은 근처에 가서 B와 간단히 빠에야 하나 먹는다. 30분 정도 쿠킹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빠에야는 2인분이 기본인데 양이 4인분이면 딱 맞겠다 싶을 만큼 많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이 집 빠에야는 관광지 여는 빠에야보다 훨씬 맛있다. B도 낮에 무리한 야외 튀김과 맥주 때문에 위장 컨디션이 별로라 매우 극소량만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아시안 마트 가서 김과 김치를 사서 귀가한다.

(좌)빠에야 2인분 (우) 광장 벤치에 피카소 조각

귀가 후 저녁이 깊어지자 일행 두 사람 모두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진다. 몸살기운을 느낀다. 말라가의 둘째 날은 당황스러운 시간으로 급작스럽게 변한다. 여행 와서 아프면 큰일인데… 아주 일찍 하루 마감하고 휴식모드로 전환한다. 지금 한국은 새벽이고 한남동에서 최초의 대통령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다. 체포 중계 보느라 나만 늦게 잠든다. 그냥 자기 발로 좀 나오지 왜 저리 여러 사람 고생시키나… 리더 자격이 없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 죄악이다. 구속 차량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 잠을 청한다.

바닷가 풍경

아침에 일어나니 일찌감치 뻗었던 G의 상태는 조금 회복되었고, 반면에 B는 급체에 몸살기운까지 있는지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다행히 어제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해 놓아서 오후 2시까지 시간이 있어 점심타임까지 휴식을 하고 천천히 체크아웃하고 남은 말라가 일정을 보낸다.

해변가에 나가서 말라가 퐁피두센터와 바닷가 정취를 느끼려 한다. 왜 말라가에 퐁피두센터가 있나 했다. 그런데 말라가가 생가보다 큰 도시다. 세비야에 이어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란다. 시골 소도시인줄 알았는데, 꽤나 큰 도시라 이 정도 문화시설이 있을만하다 싶다. 게다가 말라가는 세계적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다. 이 정도 도시면 퐁피두가 들어설만하지 않은가.

형형색색 스퀘어 질감 콘셉의 외관 상부 노출부
외부 전경

전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환자 일행인 우리에겐 안성맞춤 방문지이다. 두 사람은 오늘 금식을 해야 한다. 그래서 혼자서 켄터키 후라이드치킨 핫윙 몇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두 사람은 테이블에 엎어져 있다.

(중)벽화를 그리다 떨어진 페인트를 그대로 작품의 일부로 놓아둔다. 극명한 문화차이
전시실 내 작품들
(좌)기프트샵 (우)외장 유리를 통해 비치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그림자. 빛

바닷가 도시들이 주는 여유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 말라가도 뭔가 느슨한 바이브가 있다. 이런 여유는 위트와 아트라는 선물을 준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디자인, 퍼포먼스 등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좌) 재미난 벤치 (우)걷는 사람 퍼포먼스
(좌)지하주차장서 만난 조각보 차량 (우)해변가 녹는 아이스크림 조각

일행의 건강 악화로 갑자기 긴장의 공간이 되어 버린 말라가는 그래도 여유가 넘치는 도시다. 유럽스러운 하와이라고나 할까? 이제 말라가를 뒤로 하고 론다로 핸들을 잡는다. 굿바이 말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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