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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과 삶 사이에서 Aug 19. 2016

#1. 스페인 어디에나 있는 '성당'

'성당', 스페인에서 가톨릭이 갖는 의미

스페인 어디를 가든 '성당'이 있다...

물론 이는 비단 스페인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스페인을 넘어, 가톨릭 국가인 유럽 어느 도시를 가든 성당이 있고, 그 성당은 그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주요 관광지 중 하나가 된다.

스페인 코르도바, Mezquita Cathedral

하지만 여기서 내가 고찰해보고 싶은 건,

유럽 어느 국가에나 '성당'이 있는 이유가 아니다!

스페인 사회에서 '가톨릭'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 속에서 성당은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스페인의 가톨릭 역사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국가'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고,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어떤 개념을 가져와 역사를 해석하는 지에 따라 "역사관"이 달라진다. 이 글에서 나는 역사를 '종교'와 '이념'을 포괄한 '관념적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해보려 한다.

우선 스페인의 가톨릭 역사를 한 번 짚고 넘어가보고 싶다. 우선 스페인은 어떤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인가?

스페인의 민족적 정체성은 '게르만족'에 그 뿌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르만족 중에서도 '서고트족'이 로마 멸망 이후 이베리아 반도로 넘어와 자리를 잡으면서, 스페인의 민족적 정체성이 발생했다. 우선 여기까지의 역사만 본다면, 이베리아 반도에 잔류한 로마인들과 게르만인들의 혼혈이 스페인의 민족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게르만인들은 이후 로마의 가톨릭교를 수용하게 되면서, 종교적 기반을 다져갔다.

이후 중세 시대가 열리게 되는데... 이때부터 스페인의 역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유럽 역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슬람교와의 경쟁(?) 혹은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 바로 중세 시대가 시작한 서로마 멸망 직후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시 이슬람 문명의 힘은 유럽과 비슷하거나 능가할만큼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이러한 이슬람 문명의 위협 속에서 문명이 발생하고 있었고, 그 최전선에 있었던 지역이 스페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Barcelona Catedral

지중해를 타고 넘어오는 이슬람 문명을 자주 맞이한 지역이 현재 스페인 지역이었고, 10세기, 후우마이야 왕조 국가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역을 정복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10세기, 스페인 지역에는 기존의 서고트족 국가들과 더불어, 안달루시아 지역과 카스티야 지역 등등을 차지안 후우마이야 왕조국가까지 나타나게 됐다.


프랑크 왕국 - 현재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부의 기원 국가 - 은 카를로스 마르틴의 '투르, 푸아티에 전투' 등을 통해서 간신히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유럽 세계를 구할 수 있었다. 반면에 스페인 지역은 이슬람 문명이 안달루시아 지역 전체, 코르도바 지역, 심지어는 현재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고원지대까지 점령한 채 그 위상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페인 지역의 소규모 왕국들은 하나의 민족적 과제로서 '이슬람 세계로부터 가톨릭, 나아가 유럽 세계를 수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면서, 소규모 왕국들이 동맹을 맺고 이슬람 세계와의 전쟁을 선포한 '레콩키스타(Reconquista)'가 시작된다. 레콩키스타는 718년부터 1492년까지 약 700년을 두고 서서히 진행된다. 11세기 이후 후우마이야 왕조의 위력이 줄고, 국가가 쇠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레콩키스타에 속도가 붙는다. 이윽고 1492년에 이르러 소규모 왕국 연합이 스페인 본토의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면서, 레콩키스타라는 민족적 과제 - 민족적 과제라기보다는 가톨릭적 과제가 더 맞는 말 같다 - 를 완수하게 된다.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스페인은 가톨릭을 '수호'한다는 목표를 넘어, 가톨릭을 '선교'하는 것에 주력하게 된다. 이후 근대, 현대 시대로 들어서면서는 다양한 사상적 충돌을 경험하게 되지만, 스페인의 가톨릭의 명맥은 계속해서 유지하게 된다.


            

스페인 산세 바스티안, San Sebastian Catedral


이런 관점에서 보면, 레콩키스타에 맞물려 신항로 개척이 시작된 것도 자연스럽게 해석된다. 흔히 신항로 개척을 분석할 때, 경제적 관점을 가져와 설명하고, 그 사상적 기반을 르네상스와 십자군 전쟁, 그리고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론적 관점, 특히 관념적 관점에서 스페인의 역사를 해석할 때, 저런 이유들보다도 레콩키스타와 신항로 개척의 연관성을 분석하면 역사적 사건의 해석이 더욱 명확해지는 느낌이 든다. 레콩키스타에 성공하면서, 스페인은 가톨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를 잘 생각해보면, 같은 신을 믿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달랐던 가톨릭과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를 놓고 싸우다가, 가톨릭의 승리로 끝나게 됐을 때, 가톨릭 사람들은 '결국 신은 이슬람이 아니라 우리를 선택했다'라는 관념을 갖게 됐을 것이다. 이에 더해 십자군 전쟁과 레콩키스타로 이슬람과 동방 세계에 대한 지리적 호기심이 생긴 상태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세계는 이슬람과 가톨릭 세계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세계를 접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을 것이다.

이러한 3가지 관념적 배경이 맞물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신항로 개척에 나서게 되지 않았을까? 이슬람 세계와 가톨릭 세계만 지구에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충분히 밀어낼 수 있었으므로 우리도 충분히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사회과학도로서, 최대한 이론적 관점에서 스페인의 역사를 해석해봤다. 이러한 내용이 실제 연구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이 부분은 궁금하기도 하고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이다.

이 정도로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이런 내용을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스페인의 역사를 중심으로 한 연구 - 레콩키스타와 신항로 개척의 관념론적 연관성"


스페인 그라나다, Granada Catedral, 파노라마 샷

                                   

2. 스페인 '가톨릭'의 성격


주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그리스 쪽을 제외한 남유럽 국가들이 개신교보다 가톨릭을 믿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느끼기에도, 서유럽 국가들, 프랑스나 영국, 독일보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가 가톨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고, 실제 스페인을 여행할 때 만난 다른 여행자들이 남긴 말 또한 그랬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를 보면, 이탈리아의 가톨릭의 성격과 이베리아 반도(스페인, 포르투갈)의 가톨릭의 성격은 무언가 다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의 가톨릭 문화는 이탈리아에 '교황'이 있다는 자부심, 그리고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종교가 유럽 세계 전반으로 뻗어나갔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느껴진다. 반면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슬람 문명의 침입을 직접적으로 겪으면서, 가톨릭 문화를 '피'와 '단결'을 통해 수호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성당들은, 이탈리아 성당들과는 다르게 더욱 수수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이었다. 이탈리아의 성당들이 화려함을 내뿜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스페인 발렌시아, Torre del Micalet

                                              

다만 그 두 문화의 공통점이라면, 둘 모두 다른 국가들보다 가톨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더 높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자부심을 터득하는 과정의 차이라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는 '교황청'이 권력을 가져오는 과정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고, 이베리아 반도 국가들은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가톨릭을 수호하는 과정'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레콩키스타'는 스페인 역사의 주요한 변곡점이었다?!


그만큼 레콩키스타를 달성하는 과정은 스페인에 있어서 주요한 역사적 변곡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레콩키스타의 성격을 분석해보면, (철저히 나의 시각으로...,) 스페인은 이슬람 문명을 '배척'하면서 가톨릭 문화를 수호했지만, 동시에 이슬람 문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느껴진다.


이슬람 문명이 지배했던 지역의 성당과, 그렇지 않았던 지역의 성당을 비교해보면 느낌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세비야, Sevilla Catedral


스페인 톨레도, Toledo Catedral




이 톨레도 대성당과, 위에 있었던 산세바스티안 대성당의 느낌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른 느낌의 성당인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톨레도는 후우마이야 왕조의 영토 안에 있었던 곳이고, 산세바스티안은 바스크 지역으로서 이슬람 국가의 영향은 상당히 적었던 곳이다. 프랑스와 인접해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톨레도 대성당이 '스페인'스러운 성당이라면, 산세바스티안 대성당은 오히려 '유럽'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이슬람 문명의 주요 거점지였던 안달루시아 지방 - 내가 갔던 곳 중에는, 세비야, 코르도바, 론다, 말라가, 그라나다가 이 지역에 해당된다 - 에는 이슬람 모스크의 성격이 들어가 있는 성당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르도바의 메즈키타 성당이다. 

맨 첫 번째 사진이 메즈키타 성당인데, 메즈키타라는 말 자체가 이슬람 모스크를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 메즈키타도 이슬람 문명 점령 당시까지는 사원으로 쓰이다가, 가톨릭 세력으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성당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레콩키스타가 스페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스페인 가톨릭의 신(新)경향,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그렇다고 스페인의 가톨릭 문화가 중세 시대의 문화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당이 바르셀로나의 성 가족 성당, Sagrada Familia Catedral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Sagrada Familia

                                                   

성 가족 성당을 바탕으로 문화를 분석한다면 끝도 없겠지만, 크게 두 가지 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중세적 전통의 고딕 양식, 다른 하나는 근, 현대 시대에 이르러 등장한 자연주의, 즉 아르누보 양식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면, 높이가 웬만한 도시에서는 전부 보일만큼 하늘 높이 솟아 있고, 건축물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하늘 높이 닿는다는 것이 가톨릭에서 하느님께 다가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높은 건축물을 짓던 중세 시대의 고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외벽에는 가톨릭 성경과 관련된 내용들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돼있다. 

두 번째, 아르누보 경향이다. 아르누보 경향은 간단하게만 말하면, 자연주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은 정형적이지 않고, 매우 비정형적이다. 따라서 건축 양식들도 자연의 모습에 따라, 비정형적으로 건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Sagrada Familia의 모습을 보면, 첨탑의 양식을 하고 있지만 매우 비정형적인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스페인의 대표 건축가 '가우디'는 아르누보 경향의 대표주자였다. 실제 가우디가 Sagrada Familia를 건축할 때 영감을 받았던 것은 '몬세라트'라는 바르셀로나 근교 지역의 자연 경관이었다. 


이 건축물을 보더라도 스페인 가톨릭 문화는 중세에 머물러있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P.S. 이 글을 마치며

저는 단지 제가 알고 있는 역사적 내용이나, 제가 스페인을 갔다 온 경험을 통해 스페인의 문화를 해석해보려 한 것입니다. 이 내용을 가지고 학술적 접근을 해보려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넘어갑니다. 

여행을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른 국가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고, 왜 그런지 여러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과정 중 하나를, 브런치 글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글을 읽으며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스페인 문화를 조금 더 알차게 보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이 글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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