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주린이의 차트여행(빌드업)

달리는 말에 올라 타자.

by 칠렐레팔렐레

은퇴를 코앞에 두고 나는 국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보고, 즐기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자나 지인들과 한 번쯤 커피 한잔 즐기며 바쁜 일상으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극성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연구실에서 영상 강의를 준비하며 그저 은퇴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은퇴 후 아무 일 없이 텃밭이나 가꾸고 손주들 목각인형이나 깎아주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들은 평온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기 전 은퇴를 손꼽아 기다리며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낭비하던 날들이 얼마나 어리석었으며, 오히려 그리워지기까지 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산증식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던 코로나의 시기, 누구를 만날 수도 마음 편히 시장구경조차 할 수 없어할 일 없이 연구실에서 창밖 아차산에 떠오르는 해와 텅 빈 운동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했던 시절이 후회까지는 아니어도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4년 말까지 반토막 가까이 마이너스였던 주식계좌가 25년 플러스로 돌아섰고 심지어 23%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본격적인 리밸런싱으로 계좌를 관리한 덕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던 지난 4월과 여름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모든 달에서 수익을 낸 덕분에 계좌는 드디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지만, 물론 뒤 돌아 생각해 보면 그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내게 수익을 준 것이라는 사실을 코스피 4,000이라는 지수가 말해 주고 있기는 하다.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손실을 보고 누군가는 수익을 낸다. 차이는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가치를 찾는 것에 있지 않을까? 가치를 찾는 일은 예전에 비해 한결 수월해졌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AI의 발전과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나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자산이 일하는 시대 정보도 자산이 된다.


나는 아직도 주린이다. 아직 배울 게 많고, 실수도 많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은퇴 후에도 머리를 쓰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매매를 하면서 불어 날 수익에 미소를 띨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한다. 손실을 감수하고 수익에 감사하며 매매일지를 쓰는 순간 내 가슴속에는 아직도 불씨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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