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는 보라로 남아 있어야 했다.
보라는 스펙트럼의 맨 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남아 있어야 했다.
판도라가 상자를 여는 순간 잘못됨을 깨닫고
허겁지겁 상자를 닫아 겨우 겨우 보라를 가두어 두엇 듯이 그렇게 보라는 보라로 남겨 두었어야 했다.
12지 왕 제우스는 운명적으로 호기심의 파랑과
희망의 보라를 너무나도 가까이에 두고 판도라를 갈등케 하였다.
그리하여 세상은 욕심과 전쟁의 빨강과 질투와 이기심의 노랑, 근심과 이상의 파랑이라는 삼원색으로 만들고, 여기에 질병과 치료의 녹색을 더하여 빛의 삼원색으로 채워 나갔다.
하지만, 얄밉게도 제우스는 보일 듯 말 듯 무지개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는 보라를
판도라의 상자 맨 밑에 감춰 두었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