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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ya Jun 26. 2015

맨발로 길을 걸어가던 소녀

방글라데시에 오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순간.



마침 비오는 거리 풍경이 새로워서 이리저리 사진을 찍던 중이었다. 소녀의 뒷모습을 찍었다.


오늘, 비 오던 퇴근길에 본 한 소녀의 뒷모습.

눈이 침침한 난 잘못 본 건가, 하고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봤다.

소녀는 맨발이었다.

내가 다니는 길에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은 꽤 되지만, 그래도 신발 없이 다니는 사람은 없었는데.

비닐 포대로 만든 저 가방은 일용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걸 많이 봤다.

힘없이 터벅터벅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소녀 옆으로 깨끗한 옷을 입은, 안전하게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바닥에 고인 빗물이 차 바퀴에 옆으로 튄다.

나는 릭샤 안에서 비를 피하며 가고 있고, 내 릭샤를 비 맞으며 끄는 릭샤왈라가 있다.


이렇게도 이곳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두 눈에 뚜렷이 보인다.

한국에도 빈부의 격차가 있고 또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보통 거리를 걸을 때 쉽게 금세 와 닿는 정도는 아니다.

이곳에서 그것은 유아용 동화책으로 만든 것처럼 단순 명료하게, 시각적으로 드러난다.


맨발로 물 고인 곳을 의식하지도 않고 터덜터덜 걷는 소녀의 뒷모습에, 릭샤 위에 앉은 내 자신이 민망해진다.

사실 내가 고생을 했으면 얼마나 해 봤겠어.

자세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도 쉴 틈 없이, 손목이 시려도 멈추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육체 노동을 하고, 오직 잠자리에 눕는 순간만이 행복한 그런 삶.

이 곳에는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저 소녀도 공사장에서 종일 벽돌을 깨는 일이나 그 비슷한 일을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 한 사람 유심히 보았다. 타고 있는 이들은 무심한데 끄는 이들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져 있다.

릭샤 자체가 굉장히 무거워서, 사람이 타지 않아도 끌어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다.

하지만 승객도 왈라도 환히 웃으며 지나가는 릭샤도 있고, 승객은 안 웃고 있는데 혼자 웃고 있는 왈라도 있다.

이들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몇 백 원 씩을 내고 타는 손님들을 태우겠지.

일을 마치고 밤에 자리에 누우면 아마  온몸이 아파서 쉬이 잠들지도 못하리라.

아침에 눈을 뜨면 피곤하다, 힘들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얼른 일어나 돈을 벌러 집을 나설 것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도, 미화해서 긍정적으로도 보지 않으려 한다.

다만 늘 이들의 얼굴을 살피고, 관심을 갖고 존중하는 자세를 장착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곳에서 살면서 느낀 감정들, 특별한 경험들을 가지고 잘난 체 하지 않으리.

어떤 형태의 것이든 단단한 껍질에 갇히는 중년이 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내가 가진 힘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시도해서, 이들과 함께 한 그림에 잘 녹아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길. 이곳의 상황들을 당연하게 보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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