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게 슬픈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어딜 가도 어리다고는 말 못한다. 젊은 엄마 아빠를 보면 부럽다. 그래서 안 좋은 점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좋은 점도 있었다.
일단 힘이 없다. 젊은 시절의 욕망과 복잡한 생각들로 마음이 들끓고 괴로웠던 게 덜해진다. 그래서 덜 싸우게 되고 싸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특히 아내와의 다툼이 많이 줄었다. 부부싸움,,,,살면서 이렇게 처절하게 싸워본 적이 없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울어 본 게 어렸을 때 깡패들에게 걸렸던 이후 처음이다. 유관순 언니 항일하듯 싸웠다. 이제는 싸우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방법을 알게 되었다. 공감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되, 이해도 안 되면 그냥 바라보면 된다. 시간을 두고 눈과 입을 닫고 마음을 잠깐 다른 곳에 두고 오면 상대방도 제자리를 찾아온다.
오늘도 유관순 언니가 깨어나실 뻔했지만 힘이 없어 다시 누우셨다. 덕분에 아내와 어려운 일을 함께 잘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핸드폰을 하는 아내가 순사가 아니라 동지처럼 보인다. 나이가 들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