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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의 꿀팁

by 호방자

peak-end rule (정점과 마무리의 법칙)이란 게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절정에 달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마지막 순간에 느끼는 감정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기억의 비합리성을 설명하는 용어라고 한다. 내가 학생을 기억할 때가 꼭 그러한데,,,비합리적이라고 하니 살짝 마음이 무겁다.


나 혼자 상대해야 하는 아이들이 몇 백명이 넘는다. 그 모든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생기부를 써줘야 하는 시기가 오면 고민이 깊어진다. 1년간 열심히 모범적으로 활동한 친구들은 걱정이 없다. 칸이 부족해서 어떻게 말을 줄일까 걱정이다. 칸을 채우는 게 고민이 되는 친구를 만났을 때 문득 이 친구가 수업 시간에 멋진 발표를 했던 기억, 모둠장 역할을 자원했던 기억, 예습을 해왔던 기억 등 정점의 순간이 떠오르면 땡큐다. 그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물어 오고 그것들을 통해 아이의 긍정적인 모습을 서술해 줄 수 있다. 학생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정점에 있는 기억 몇 개만으로도 이 아이의 생기부는 풍성해질 수 있다.



뭐든 끝이 좋아야 한다. 시작은 미약했을지라도 끝이 창대한 게 좋지 그 반대가 되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진다. 1년 동안 나를 힘들게 한 아이가 마지막에 정신 차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발전의 모습을 중심으로 써줄 것이다. 하지만 내내 잘하다가 마지막에 와서 개판을 친 학생이라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는 불필요한 말을 써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마지막의 기억은 강렬하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꿀팁 하나를 준다면 학기말에 나대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에 친구들끼리 나대고 사고를 치면 절대 그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될 수 없다. 보통 반 배정을 할 때 꼭 떨어뜨려야 하는 친구들을 다른 반으로 찢어 놓기 때문이다. 이때처럼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토의하는 순간도 없다. 그리고 절대로 같은 반이 되어서는 안 될 친구가 있다면, 또는 꼭 같은 반이 되어야 하는 친구가 있다면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도 좋다. 담임이 아이들의 속 사정을 다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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