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점이면 합격권일까요? 아닙니다.
실제 사례입니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임상까지 진행 중인 기업이었습니다. 정부 R&D 사업계획서, 일반 평가 기준으로 78점 B+. 전문가 검토까지 마쳤고, 시장 분석도 있고, 기술 로드맵도 있었어요. 어느 기준으로 봐도 통과권이었습니다.
그런데 DIPS 서면에서 탈락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이랬습니다.
기술 완성도는 높았습니다. 임상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DIPS가 요구하는 사업 기간 내 매출 가시성이 없었어요.
임상이 끝나고, 인허가를 받아야 매출이 생기는 구조였습니다. 그 타임라인이 사업 기간을 훨씬 넘어섰어요. 기술은 진짜였습니다. 시장도 실재했습니다. 그런데 수익화 계획이 이 사업의 시간표와 맞지 않았습니다.
계획서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사업을 위해 쓰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계획서가 일반 R&D에서는 B+입니다. DIPS에서는 탈락입니다. 계획서의 완성도가 달라진 게 아니에요. 트랙이 달랐던 겁니다.
지금 준비 중인 계획서, 어느 트랙 위에 있습니까?
여기서 더 불편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심사위원은 점수를 주러 들어오지 않습니다. 실패 가능성을 제거한 팀을 고르러 들어옵니다.
가점을 쌓는 싸움이 아니에요. 감점 트리거를 얼마나 없앴느냐의 싸움입니다. 수치가 비어 있고, 유료 검증 데이터가 없고, 사업 기간 내 매출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은 상태. 이것들이 리스크 밀도를 만듭니다.
심사위원은 "이 팀은 훌륭하다"를 찾는 게 아닙니다. "이 팀은 안전하다"를 확인합니다.
78점은 위로가 되지만, 합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점수는 결과가 아닙니다. 구조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심사위원이 실제로 어떻게 읽는지 얘기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불편한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