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 바람이 부는 자리

《기록되지 않은 황제》

by 여철기 글쓰기

그날 밤, 황궁은 조용했다.

낮에는 전쟁 이야기가 오갔다. 저녁에는 전령이 쉬지 않고 뛰었다. 제7군단 증원 명령, 황실함대 출항 준비, 보급 경로 재산정. 서고에서 등불이 꺼지지 않았다. 서기관 셋이 밤을 새우고 있었고, 마르코스도 그중 하나였다.

밤이 되자 모두가 피곤해졌다.

그러나 잠든 사람은 많지 않았다.

테오도라는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좁았다. 벽에 기름 등잔이 하나 걸려 있었지만, 그마저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등잔을 지나치며 멈추지 않았다. 이 길은 10년 동안 걸었다. 어둠 속에서도 몇 걸음인지 알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서자 바람이 먼저 맞았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소금 냄새가 실려 있었다. 흑해 쪽이었다.

난간에 손을 올렸다. 돌이 차가웠다. 낮의 열기는 이미 빠져 있었다.

아래로 도시가 보였다. 등불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평소보다 많았다. 잠들지 못한 도시였다.

경호병 둘이 계단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가 올라가기 전에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시오."

경호병 하나가 입을 열려 했다.

"명령이오."

그는 입을 다물었다.

경호병의 이름은 디미트리오스였다. 근위대 소속 12년차. 명분황제의 야간 경호를 맡은 지는 3년이었다. 그는 서 있었다. 그게 일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로 바람 소리가 내려왔다. 가끔 파도 소리가 섞였다.

얼마쯤 지났을까.

발소리가 들렸다. 올라가는 발소리였다. 무거웠다. 갑옷은 아니었지만, 군화였다. 군인의 걸음이었다. 예식이 끝난 뒤에도 군화를 벗지 않은 사람.

니케포로스였다.

디미트리오스는 몸을 바로 세웠다. 니케포로스가 그를 봤다.

"폐하는."

"위에 계십니다."

니케포로스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올라갔다.

디미트리오스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경호병은 묻지 않는다. 서 있는 것이 일이다.

그는 서 있었다.

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낮아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바람이 나머지를 가져갔다. 간간이 침묵이 있었다. 침묵이 대화보다 길었다.

한 번, 웃음소리가 났다. 짧았다. 여자 목소리였다.

디미트리오스는 기억했다. 3년간 야간 경호를 서면서, 명분황제가 웃는 소리를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경호병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는 그 밤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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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폐하."

"왔소."

바람이 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녀는 난간에 기댄 채 돌아보지 않았다.

"회의는 끝났소?"

"예. 명령은 내려갔습니다."

"반대는 없었소?"

"있었습니다."

"그건 알고 있소."

잠시 침묵.

바다가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물결은 보였다. 달이 구름 사이로 나왔다 들어갔다. 빛이 수면 위를 스치고 사라졌다.

"왜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가 먼저 물었다.

그녀는 돌아봤다.

"부른 적 없소."

"그럼 제가 왜 여기 있습니까."

그녀가 잠깐 웃었다. 웃음이 금방 사라졌다.

"재상들은 나를 존중합니다."

"그렇겠지요."

"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나는 제국의 명으로 말했소. 그 차이를 이해한 사람은 당신뿐이었소."

"폐하는 오늘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나는 늘 결정을 내렸소."

"아닙니다."

그녀가 돌아봤다.

"오늘은 누군가의 판단을 빌리지 않으셨습니다."

바람이 지나갔다. 그녀의 망토 끝이 흔들렸다. 멀리 항구 쪽에서 밧줄이 돛대에 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황실함대가 출항 준비 중이었다. 이 도시는 내일 전쟁을 보낸다.

"나는 틀릴 수도 있소."

"전장에선 늘 그렇습니다."

"그게 위로가 됩니까?"

"예."

짧은 대답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를 봤다.

"당신은 위로하는 법을 모르는군요."

"배운 적이 없습니다."

"북방에서는 누가 위로했소?"

"아무도 안 했습니다."

"부관도?"

"부관은 술을 가져왔습니다."

그녀가 웃었다. 아까보다 길었다. 계단 아래까지 닿았을지도 모를 만큼.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소."

"폐하께도 드릴까요."

"됐소."

바람이 다시 불었다. 웃음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아까보다 공기가 가벼워졌다. 같은 자리에 서 있는데, 돌의 차가움이 덜 느껴졌다.

아래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두렵지 않소?"

그녀가 물었다.

"무엇이."

"전쟁이 아니라, 수도가."

그는 잠시 생각했다.

"수도는 조용합니다."

"그래서?"

"조용한 곳이 가장 어렵습니다."

"당신은 늘 그렇게 말하오."

"전장이 아닌 곳은 없습니다."

"그 말은 기록되지 않겠지요."

마르코스가 없는 자리였다.

"기록되지 않아도 됩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녀가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떠날 생각이오?"

"명령이 떨어지면."

"그리고 돌아올 생각은 있소?"

이번엔 그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한 번 더 지나갔다. 멀리 흑해 쪽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수평선이 한 순간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넓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가 얼마나 넓은지 보였다.

그 바다 건너에 전장이 있었다.

"돌아와야지요."

"왜?"

"제7군단은 제 자리고."

"그럼 여기는?"

그는 그녀를 봤다. 처음으로 오래 봤다.

전장에서는 사람을 오래 보지 않는다. 오래 보면 얼굴을 기억한다. 기억하면 잃을 때 무너진다. 22년간 그렇게 배웠다.

지금 그는 그 습관을 어기고 있었다.

"여긴 폐하의 자리입니다."

그녀는 난간에서 손을 떼었다.

"아니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었다.

"오늘부터는 우리의 자리요."

그 말은 무겁지 않았다. 그러나 가볍지도 않았다. 바람이 가져가지 못할 만큼의 무게는 있었다.

니케포로스는 그 말에 답하지 않았다.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북방에서 22년을 살았다. 전장에서 함께 죽을 수 있는 사람은 만났다. 함께 살 자리를 나누자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게 전부였다.

침묵이 길었다. 그러나 불편하지 않았다.

멀리 항구에서 나팔 소리가 짧게 울렸다. 야간 당직 교대 신호였다. 도시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 옥상만 전쟁 밖에 있었다.

"루스는 바다를 모를 겁니다."

그녀가 먼저 침묵을 깼다.

"루스는 바다를 모릅니다. 그러나 물을 두려워하지는 않겠지요."

"굶주린 자는 물을 가리지 않습니다."

잠시 침묵.

"당신이 이 전쟁을 이길 수 있소?"

"예."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당신을 믿겠소."

"폐하."

"그리고 당신도 나를 믿어야 하오."

그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은 공식적이지 않았다. 명령도 아니었다. 약속에 가까웠다. 그리고 약속은 명령보다 무겁다. 명령은 어기면 벌을 받는다. 약속은 어기면 잃는다.

둘 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내려간 뒤.

디미트리오스는 여전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이 내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먼저 군화 소리. 그 다음 가벼운 발소리.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 같이 내려오되 나란히는 아니었다.

니케포로스가 먼저 지나갔다. 고개를 끄덕였다. 디미트리오스는 답례했다.

테오도라가 지나갔다.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등잔 빛이 약했다. 그러나 걸음이 달랐다. 올라갈 때보다 느렸다.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서두르지 않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디미트리오스는 그것을 봤다.

경호병은 그런 것을 본다. 기록하지 않을 뿐이다.

그는 자리를 지켰다. 새벽까지 네 시간이 남아 있었다.


서고.

마르코스는 촛불 아래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 회의 기록. 증원 명령 사본. 함대 출항 준비 문서. 북방 보고 갱신.

할 일이 많았다.

그는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갈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테오도라가 혼자 옥상에 올라갔다는 것은 시종에게 들었다. 니케포로스가 뒤따라 올라갔다는 것은 경호 교대 기록에서 읽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기록관은 확인된 것을 쓴다.

그러나 확인된 것 중에도 쓰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도 기록관의 일이다.

펜을 내려놓았다.

창밖을 봤다. 남쪽 하늘에 번개가 한 번 번쩍였다. 비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일이면 니케포로스는 떠난다. 이 도시는 전쟁을 보내고, 기다리는 도시가 된다. 기다리는 도시에서 기록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는 펜을 다시 들었다.

마르코스의 기록.

오늘 밤은 기록할 것이 적다. 공식 회의는 끝났고, 명령은 내려갔고, 서류는 정리됐다.

그러나 밤은 길었다. 이 도시의 밤은 길었다.

나는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올라갈 이유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안다. 내일이면 능력황제는 떠난다. 명분황제는 남는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사이에 무엇이 오갔는지, 나는 모른다.

기록관은 모르는 것을 쓰지 않는다.

어떤 밤은 기록으로 남기기엔 아직 이르다.

그리고 어떤 밤은, 기록하지 않는 것이 기록하는 것보다 정직하다.

— 제7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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