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황제》
헤르손은 타지 않았다.
그러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니케포로스는 항구를 두 번 걸었다. 첫 번째는 도착한 직후. 두 번째는 다음 날 새벽이었다.
첫 번째는 보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세기 위해서였다.
타버린 드로몬 일곱 척. 손상 열두 척. 온전한 것 여든한 척. 보급창 하나 전소. 부두 시설 반파. 그리스 불 저장고 하나 유폭.
헤르손 함대만으로도 드로몬 백 척에 수부 이만, 해병여단 오천이다. 피해를 빼도 이만은 남는다. 황실함대까지 합치면 함선만 이백에 가깝다. 숫자는 있었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는 부두 끝에 섰다. 강 하구가 보였다. 드니프로의 물이 바다와 만나는 자리. 물빛이 달랐다. 강물은 탁했고, 바다는 짙었다. 그 경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 "7년 전도 이랬던가."
혼잣말이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황실함대 사령관이 보고를 올렸다.
임시 지휘소는 항구 뒤편 석조 창고였다. 벽에 지도가 걸려 있었다. 드니프로 축선. 헤르손 항구. 강 하구. 흑해 서안. 촛불이 지도 위에서 흔들렸다.
"가용 드로몬, 헤르손 함대와 황실함대 합산 백팔십여 척. 수부 삼만 육천. 해병 합산 1만. 전력은 충분합니다."
니케포로스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 바다와 강이라면 충분하지. 우리는 내륙으로 들어가야 하오."
사령관이 멈췄다.
"롱십은 어디로 갔소."
"강 상류로 후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이는 게 아니라 확인이오. 정찰선은 몇 척 띄웠소."
"아직 없습니다. 항구 방어가 우선이라 판단했습니다."
"항구는 이미 맞았소."
침묵. 촛불이 흔들렸다. 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 것이었다.
"맞은 뒤에 웅크리면 또 맞소."
오후.
니케포로스는 항구를 세 번째 걸었다.
이번에는 사람을 봤다.
해병들이 잔해를 치우고 있었다. 타버린 돛대를 톱으로 자르고, 그을린 판자를 부두 밖으로 옮겼다. 열 명쯤이 줄을 서서 판자를 넘기고 있었다. 말이 없었다. 소리는 톱 소리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한 해병이 판자를 넘기다 니케포로스를 봤다. 멈추지 않았다. 고개만 살짝 숙이고 다시 판자를 넘겼다.
니케포로스는 그를 지나쳤다.
그 해병의 손등에 화상 자국이 있었다. 어젯밤 것이었다. 붕대도 감지 않았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말을 해야 하고,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위로는 그의 일이 아니었다. 함대를 다시 세우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부두 끝에 아까 그 자리가 있었다. 새벽에 수병 하나가 앉아 있던 자리. 양동이를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양동이도 없었다.
그는 거기 서서 강 하구를 봤다. 바람이 바뀌고 있었다. 아침엔 남쪽에서 불었다. 지금은 북쪽이었다.
저녁. 지휘소.
니케포로스는 지도 앞에 서 있었다. 장교 넷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황실함대 부사령관, 해병여단장, 제7군단 연락관, 그리고 헤르손 주둔 보급관.
"먼저 제7군단입니다."
그가 말했다.
연락관의 얼굴이 굳었다.
"현재 상황은."
"제2, 제3, 제4여단이 분산된 상태입니다. 통신은 복구 중이나, 각 여단의 정확한 위치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적과 교전 중인 여단은."
"제4여단이 강변 능선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제2여단은 반파 후 남하 중. 제3여단은 연락 두절 이후 자체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니케포로스는 지도 위에서 드니프로 중류를 짚었다.
"각개격파를 당하고 있소."
연락관이 고개를 숙였다.
"흩어지면 죽소. 제7군단의 우선은 집결이오."
그의 손가락이 드니프로 중류의 한 점을 눌렀다.
"가용 여단을 드니프로 본영으로 모읍니다. 공격이 아니라 수습이오. 흩어진 병력을 거두고, 근거지를 지키고, 주변을 정찰합니다."
"반격은요."
해병여단장이 물었다.
"아직입니다."
니케포로스가 고개를 저었다.
"제7군단이 수습되기 전에 반격하면 무너집니다. 급한 건 적이지 우리가 아니오."
지도 위에서 그의 시선이 강 하구로 내려갔다.
"함대가 움직입니다."
장교들의 시선이 모였다.
"첫째. 강 하구를 봉쇄합니다."
그가 하구 양안을 짚었다.
"감시초소를 양안에 설치합니다. 롱십이 드나드는 순간 봉화를 올립니다. 드로몬은 하구 밖에 배치. 깊은 물에서 대기합니다. 롱십이 바다로 나오면 잡고, 강으로 돌아가면 가둡니다."
"하구만 막으면 상류의 롱십은?"
부사령관이 물었다.
"그래서 둘째가 있소."
니케포로스의 손가락이 강을 따라 올라갔다.
"함대와 해병여단이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륙병행이오."
해병여단장이 눈을 떴다.
"드로몬으로 강을 오릅니까."
"소형 드로몬과 수송선으로 편성합니다. 해병이 강변을 확보하고, 함대가 뒤를 받칩니다. 강변의 롱십 정박지를 하나씩 밀어올립니다."
"육군 지원은요."
연락관이 물었다.
"수도에서 출발한 근위군 1만과 에디른의 예비군단 3만이 오고 있소. 거기에 키이우 제6군단에서 2만, 동부 제8, 제9군단에서 각 만 오천씩."
니케포로스가 말했다.
"그들이 도착하면 제7군단과 합류합니다. 육군이 강 양안을 압박하고, 함대가 강 위를 올라갑니다."
잠시 정적. 장교들이 지도를 봤다.
보급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증원군 도착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소."
"그 사이에 적이 먼저 움직이면?"
"그래서 제7군단이 집결하는 거요. 흩어져 있으면 깨지지만, 모여 있으면 버팁니다. 버티면 됩니다. 시간은 우리 편이오."
니케포로스가 지도에서 눈을 떼고 장교들을 봤다.
"정리합니다."
"하나. 제7군단은 드니프로 본영에 집결. 방어와 정찰에 집중."
"둘. 함대는 강 하구를 봉쇄. 롱십의 출입을 막습니다."
"셋. 증원군이 도착하면, 육군은 양안을 압박하고 함대는 강을 올라갑니다. 수륙병행으로 강을 회복합니다."
잠시 침묵.
해병여단장이 물었다.
"강을 회복한 뒤에는?"
니케포로스는 지도 위에서 드니프로 동쪽을 봤다. 손가락이 강 너머로 넘어갔다.
"이번에 끝냅니다."
장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진압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반란은 또 일어납니다. 5년 뒤에, 10년 뒤에, 다음 흉작 때. 그때마다 군단을 보내고, 함대를 보내고, 병사를 잃습니다."
그는 지도 위의 드니프로 동부를 손바닥으로 덮었다.
"전력이 모이면 십이만을 넘습니다. 이 전력을 진압에 쓰면 낭비요. 드니프로 동부에 제국의 질서를 세우는 데 쓰면 100년의 평화를 삽니다."
부사령관이 물었다.
"본보기입니까."
"태우는 게 아니오."
니케포로스의 목소리는 낮았다.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요. 부족이 흩어지기 전에, 공작이 도망치기 전에, 강 동쪽 전체가 제국의 깃발 아래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거요."
장교들이 조용해졌다.
이건 방어전이 아니었다. 복구전도 아니었다.
제국이 선을 긋는 전쟁이었다.
"그들이 강을 잠갔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우리가 잠급니다. 강만이 아니라, 강 너머까지."
같은 밤, 드니프로 상류.
스비아토슬라프는 강변에 앉아 있었다.
모닥불이 작았다. 노장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사이에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나무껍질에 그린 지도였다. 정밀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의 굽이는 정확했다. 강에서 자란 사람이 그린 것이었다.
보고가 들어왔다.
"헤르손 항구, 황실함대 배치 확인. 드로몬 합산 이백 척 가까이."
스비아토슬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 하구는?"
"감시 인원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양안입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니케포로스가 헤르손에 도착한 이상, 항구를 복구하고 강 하구를 틀어막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문제는 속도였다. 생각보다 빨랐다.
"이틀이오."
노장이 말했다.
"도착한 지 이틀 만에 하구를 틀어막고 있습니다."
스비아토슬라프는 눈을 떴다.
"전장에서 생각하는 자가 전장에 왔다."
모닥불이 흔들렸다. 바람이 바뀌고 있었다. 북쪽에서 불던 바람이 멈추고, 강 위로 찬 공기가 내려앉았다.
"부족장들은?"
"셋이 소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어디 있소."
"남쪽 마을입니다. 아직 약탈 중입니다."
그의 턱이 굳었다.
약탈은 그의 명령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압박이었다. 제국의 보급선을 끊고, 마을을 위협하되, 불태우지는 않는다. 그것이 계획이었다.
계획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하구가 막히면 롱십은 갇힙니다."
노장이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였다.
"알고 있소."
"그리고 함대가 강을 올라올 겁니다. 해병과 함께."
"그것도 알고 있소."
"우리 팔만으로는 안 됩니다."
스비아토슬라프가 노장을 봤다. 불빛이 노장의 얼굴을 비췄다. 주름이 깊었다. 30년을 함께한 얼굴이었다. 아버지 시절부터.
"알고 있소."
세 번째 같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세 번 다 무게가 달랐다.
노장이 입을 다물었다. 기다렸다.
스비아토슬라프는 모닥불을 봤다.
"초원에 사람을 보내시오."
노장의 눈이 달라졌다.
"쿠만입니까."
"쿠만. 페체네그. 닿는 곳은 다."
"그들이 옵니까?"
"제국이 군단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소문은 초원을 타고 퍼졌을 거요."
그는 불꽃을 봤다.
"제국이 흔들린다는 소문은, 굶주린 자에게는 밥상 차려진다는 소리와 같소."
"그들의 충성은 믿을 수 없습니다."
"충성이 아니오."
스비아토슬라프가 말했다.
"이익이오. 이기면 약탈하고, 지면 흩어진다. 그게 유목민이오."
"그걸 알면서 부릅니까."
"팔만으로 십이만을 상대할 수는 없소."
노장이 잠시 침묵했다.
"제국 육군이 다 모이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부르는 거요."
스비아토슬라프가 모닥불 너머를 봤다.
"시간이 없소. 제국은 모이고 있고, 우리는 흩어지고 있소. 유목민이 오면 이십만이 되오. 이십만이면 제국도 회전을 피할 수 없소."
"회전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스비아토슬라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물 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도 물은 흐르고 있었다.
"도박이오."
그는 솔직했다. 노장에게는 그랬다.
"다만, 도박에도 계산은 있소. 유목민이 머무는 동안이 기회요. 제국군이 완전히 모이기 전에 회전으로 승부를 봐야 하오."
"제국이 먼저 모이면?"
"그러면 유목민이 먼저 떠나오."
그 말의 의미를 노장은 알고 있었다. 유목민 십이만이 떠나면 루스 팔만만 남는다. 제국 십이만을 상대할 수 없다.
시간 싸움이었다. 양쪽 다.
"사절을 보내겠습니다."
노장이 일어섰다.
"그리고 부족장들은?"
"소환에 응하지 않은 자들을요?"
스비아토슬라프가 모닥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내가 가겠소."
노장이 잠시 그를 봤다.
"직접?"
"공작이 직접 천막에 들어서면, 거부는 반역이 되오. 그리고 반역의 대가를 모르는 부족장은 없소."
노장이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스비아토슬라프는 혼자 남았다. 모닥불이 줄어들고 있었다. 장작을 더하지 않았다.
강 위로 바람이 불었다. 남쪽에서 오는 바람이었다. 제국 쪽에서.
그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7년 전 이 강에서 쓰러진 깃발. 다시는 올라오지 않았던 깃발. 맞은편에서 흔들리지 않던 그림자.
그 그림자가 지금 헤르손에 서 있다.
"아버지."
그는 낮게 말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다.
마르코스의 기록.
헤르손 재정비 보고가 올라왔다. 황실함대와 헤르손 함대가 합류했다. 강 하구에 봉쇄선이 깔리고 있다.
능력황제는 이틀 만에 하구를 틀어막았다. 제7군단에는 집결 명령을 내렸다. 반격이 아니라 수습이다. 증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그 속도를 보고 나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 이 사람은 전장에서 빠르다. 수도에서 느렸던 것이 아니라, 수도에서 참았던 것이다.
둘. 적도 그 속도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적이 그 속도를 보고 무엇을 결정하느냐가 다음 전개를 만든다.
나는 아직 한 가지를 쓰지 못하고 있다.
헤르손 기습은 너무 정확했다. 정박 순서. 그리스 불 저장고 위치. 배치도가 없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누군가 그것을 보냈다. 안에서.
나는 그것을 기록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기록관은 확인된 것을 쓴다. 그렇다면 확인하는 것도 기록관의 일인가.
나는 아직 모른다.
--- 제11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