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 책상에서 일어났다.
모니터 앞에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목이 뻣뻣하고, 눈이 뻑뻑하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려고 거실로 나왔다.
식탁 위가 전쟁터다.
검은 접시 위에 치킨 뼈가 수북하고, 치킨무 통은 거의 비었고, 소스가 여기저기 묻어 있다. 자oo카 치킨. 냄새까지 남아 있다. 누군가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아빠는 방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안사람에게 물었다. "당신도 먹었어?" 아니란다. 애들이 자기 용돈으로 시켜 먹었다고. 우리 집에서 치킨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안사람인데, 그 안사람도 못 먹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말했다.
"애들은 입이고, 아빠는 주둥이인가 봐."
삐진 건 아니다. 아마. 아니, 솔직히 좀 삐졌다.
나도 치킨 먹을 줄 안다. 뼈 사이에 낀 살까지 발라먹는 사람이다. 양념치킨이면 손가락까지 빤다. 그런데 그 기회가 오늘 밤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잠깐, 그 생각이 스쳤다. 뭔가 서운하다는 감정이 올라오려는 찰나—
다시 돌아섰다.
서운함을 씹을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써야 한다. 내가 이 밤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애들이 다음에도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안사람도 같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방문을 닫고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았다.
치킨 냄새가 집안에 퍼져 있다. 코끝에 남은 양념 냄새가 자꾸 신경 쓰인다.
괜찮다. 아빠는 원래 이런 거다.
못 먹어서 속상한 게 아니라, 같이 못 먹어서 아쉬운 거다. 그리고 그 아쉬움을 말할 틈도 없이 다시 일하러 가는 게, 아빠다.
다음엔 내가 시킨다. 큰 딸, 작은 딸, 안사람, 나. 네 명이 한 마리씩.
그날은 아빠도 뼈만 남길 거다.